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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인유두종바이러스,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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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기고 변형권 순천향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남성의 구인두암 발생률이 늘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발병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HPV는 사마귀, 유두종증, 항문암, 질암,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다. HPV 관련 구인두암은 90% 이상이 HPV 16아형과 연관돼 있다. HPV 16아형의 감염은 구인두암의 발생률을 14배가량 끌어올린다.

증상으로 질환을 판단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HPV 연관 구인두암의 경우 무통성 경부 종물로 진료실을 처음 찾는 경우가 더 흔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구인두암은 남성의 HPV 감염률이 세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자궁경부를 통해 HPV 항원에 더 자주 노출된다. 남성보다 항바이러스 면역을 획득할 가능성이 크지만, 남성은 구강 성교 시 여성보다 HPV 감염 바이러스 부하가 클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목 안은 HPV가 머무르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HPV 관련 암인 자궁경부암은 조기 검진과 예방접종으로 빈도가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에 HPV 관련 구인두암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20년을 기점으로 HPV 관련 구인두암의 발병률이 자궁경부암의 발병률을 추월했다. 구인두암 환자의 대다수는 남성이다. 남성에게도 HPV 예방접종이 필요한 이유다. HPV 백신 접종은 성 접촉이 일어나기 전에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HPV 백신 접종은 구강 HPV 감염 예방에 93%의 탁월한 감소 효과가 있다. 이 바이러스는 남성을 매개로 하기 때문에 남녀 모두 HPV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

HPV는 구인두암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최근 저출산의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난임의 원인이기도 하다. HPV 보균 시 분만 과정에서 태아에게 전염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고등급 병변으로 악화하면 자궁경부를 절제할 수도 있다. 다행히 질환을 조기 발견해 수술하면 치료 예후가 좋다. 기본적으로 수술할 땐 보이고 만져지는 병변은 모두 제거한다. 수술을 통해 얻은 조직의 병리검사 결과상 재발 위험이 있다면 방사선 치료와 항암 화학요법을 병행한다.

방사선 치료는 가급적 수술 후 8주 이내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HPV 연관 구인두암의 치료는 치료 약화 전략을 적용할 수도 있다. 치료 약화 전략은 HPV 연관 구인두암이 HPV 음성 구인두암보다 원발 부위 종양의 크기가 작아 항암제 용량과 치료 기간을 줄이거나 절개를 최소화하는 로봇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진단도 비교적 간단하다. 편도와 혀뿌리 등의 구인두를 살펴보고 내시경을 통해 구조물을 확인한다. 경부 림프샘에 대한 진찰도 병행한다. 아직 자궁경부암 검사처럼 간단히 구인두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꼼꼼하게 검진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조기 진단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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