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3일전 굴·비둘기 먹었다…타이태닉 메뉴판 1.3억 낙찰

1912년 4월 11일 타이태닉호 일등석 승객에게 제공된 만찬 메뉴판이 11일 경매에서 8만 3000파운드에 낙찰됐다. 사진 'Henry Aldridge&son' 웹사이트 캡처

‘굴, 홀란다이즈 소스를 곁들인 연어, 비둘기 구이…’

1912년 4월 11일 저녁, 타이태닉호가 침몰하기 사흘 전 일등석 승객이 먹은 만찬의 메뉴가 공개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영국 경매업체 ‘헨리 알드리지 앤드 손’이 주관한 경매에서 타이태닉호의 일등석 메뉴판이 8만 3000파운드(약 1억 3000만원)에 낙찰됐다.

메뉴판에 적힌 저녁은 타이태닉호가 아일랜드 퀸스타운을 떠나 뉴욕으로 출발한 다음날 제공됐다.

굴과 연어로 시작한 코스 요리는 비둘기 구이와 민트 소스를 곁들인 양고기, 와인 소스를 곁들인 청둥오리로 이어진다.

디저트로는 빅토리아 푸딩과 살구 파이, 모카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이 나왔다.

가로 길이 약 11cm, 세로 길이 약 16cm의 메뉴판 상단에는 타이태닉호를 만든 선박회사 화이트스타라인의 양각 로고가 선명하다. 종이 곳곳에는 물에 얼룩진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메뉴판은 캐나다 출신 역사학자 렌 스티븐슨이 소장하고 있던 1960년대 사진 앨범에서 발견됐다.

경매업체 관리자인 앤드로 알드리지는 “전 세계 박물관 및 타이태닉호 관련 물품 수집가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어디에서도 이와 같은 것(메뉴판)을 찾을 수 없다”며 경매품의 가치를 설명했다.

앞서 생존자 등이 소지하고 있던 일부 일등석 메뉴들이 공개된 적 있으나, 4월 11일 저녁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메뉴판은 희생자 시신에서 유품으로서 수습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플리머스대학교 소속 해양사 부교수 해리 베넷은 수습품을 개인이 소지하고 수익을 얻는 데 대해 도덕적 문제를 제기하며 “박물관에 있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적어도 수익에 대한 논란을 없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12년 4월 11일 타이태닉호 일등석 승객에게 제공된 만찬 메뉴판이 11일 경매에서 8만 3000파운드에 낙찰됐다. 사진 'Henry Aldridge&son' 웹사이트 캡처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