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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서 혁신기술 나와, 예산 줄여 연구자 손발 묶으면 안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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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호 06면

김진표 국회의장

김진표 국회의장은 2일 본지 인터뷰에서 “경제부총리를 만나 연구개발 예산을 줄이면 안 된다고 했다”며 “경제부총리도 이런 요구를 반영해 예산을 늘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2일 본지 인터뷰에서 “경제부총리를 만나 연구개발 예산을 줄이면 안 된다고 했다”며 “경제부총리도 이런 요구를 반영해 예산을 늘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입법부도 혁신창업 바람이 뜨겁다. 국회는 지난 8~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그룹과 KAIST·서울대가 공동주최한 ‘2023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심포지엄’을 후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제심포지엄 축사에서 “지금과 같은 과학기술 패권 경쟁과 전쟁의 시대에 경제와 안보에 대한 답은 첨단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며 “금융혁신과 인수·합병(M&A) 활성화를 통해 역동적인 혁신창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의장은 또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안 축소와 관련해서 “정부가 국회 예산심의 때 국회의 요구를 반영해 R&D 예산을 늘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일 국회의장실에서 김 의장을 만났다.

왜 혁신기술 기반 창업인가.
“세계는 지금 기존의 경제 질서가 모두 바뀌고 있는 시대에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안 가리는 패권 경쟁이 진행 중이다. 이 시점에 우리가 대응해야 할 게 바로 혁신창업이다.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일어나서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성공 드라마를 이끌어온 대기업들도 이젠 미국의 빅테크 기업처럼 바뀌어야 한다. 이들은 M&A를 통해서. 주력산업을 과감하게 갈아치운다. 경쟁력을 잃어갈 거라고 판단되는 부문은 매각하고, 새로운 벤처를 안팎에서 키우고 있다. 우리 대기업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얘기를 내가 십 수 년 전부터 주장해 오고, 책(『구직대신 창직하라』)도 썼다. 우리는 미국·호주·브라질, 이런 나라와는 전혀 다르다. 천연자원도 없고 국토도 좁다. 가용면적당 인구밀도로 보면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경제를 이렇게 이끌어오고 유지해온 것은 오로지 인적 자원뿐이다. 과학기술의 각 분야에서 혁신창업이 계속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에 소극적이고, 기술 탈취 문제도 계속된다.
“우리 대기업은 주력 업종이 너무 안 바뀐다. 스타트업 생태계뿐 아니라 대기업 자신을 위해서도 CVC를 더 탄력적이고, 역동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CVC에 대한 규제도 더 풀어야 하지만, 대기업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권한의 과감한 이양도 필요하다. 인텔에 인수된 국내 스타트업 대표에게서 들은 얘기다. 거긴 M&A를 하는데 탑매니저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실무진이 서로 토론하고 협의해서 결재를 올리면 거의 100% 그대로 된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는 근본적으로 투자를 통한 혁신보다 기술 탈취를 통한 시장 장악이 더 값싸기 때문이다. 기술 탈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세상을 바꿀 혁신기술은 R&D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엔 ‘성과 없는 R&D’라는 비판이 계속된다.
“R&D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질문이다. R&D라는 건 예산 투입을 통해서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 아닌가. 정부는 내년 R&D 예산안을 전년 대비 17% 가까이 대폭 삭감했다.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 R&D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거다. 경제부총리를 만나서 R&D를 그렇게 줄이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 (부총리는) 예산 국회 심의 때 국회의 이런 요구를 반영해 관련 예산을 늘릴 생각을 하고 있더라. 공공 R&D는 민간에서는 도저히 하기 어려운 분야를 하는 거다. 본질적으로 고위험일 수밖에 없다. 그래야 새로운 기술이 나올 수 있다. 예산 낭비를 하지 않도록 국가가 관리를 하는 것은 맞지만, 연구자의 손발을 묶어놓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평소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한 ‘금융혁신’에 대해 주장해오셨는데.
“혁신 벤처가 번성하려면 벤처캐피털과 같은 모험자본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이나 미국과 같은 곳의 혁신벤처들은 성공률이 아주 높다. 그들은 풍부한 경험과 이공계 분야의 전문성으로 무장해, M&A를 주도하고 벤처를 키워나간다. 우린 어떤가. 사실 우리 금융은 역사적으로 불행했다. (해방 이후) 일본에서 우리 은행을 전부 인수받다 보니 시작이 모두 정부은행이었다. 수년 전까지 은행장을 사실상 정부가 임명했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정부 눈치만 보는 소극적인 은행이 돼 버렸다. 은행 스스로를 위해서도 모험자본을 육성해야 한다.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금융은 결국 세계 금융시장의 먹이가 될 뿐이다.”
첨단기업 유치를 위해 경기 남부에 ‘한국형 실리콘밸리’ 조성을 제안하신 것으로 안다.
“이전을 앞둔 수원군공항과 옛 서울대 농대와 농촌진흥청 부지 등을 합치면 이 지역에 570만 평에 달하는 국공유지가 있다. 이 지역을 우리의 강점이 있는 제조업 기반과 연계해, 미래 성장을 이끌 ICT·바이오산업의 첨단기술을 신속히 유치할 최전방 기지를 조성해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 중관춘, 인도 벵갈루루처럼 만들어야 한다. 주변엔 이미 삼성전자 등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기존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어 인재 확보와 규모 확대에도 이점이 있다. 여기에 SD바이오센서 등 신생 강소 바이오회사·연구소뿐 아니라 성균관대·아주대 등도 있어 산학협력에도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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