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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이 발암물질? 오래 앉아 있을수록 사망 위험 52% 높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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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호 28면

생활 속 한방

대한민국의 일 중독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방송사 NBC는 ‘한국은 악명 높은 일 중독 문화를 가진 나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이다. 미국(1791시간), 프랑스(1490시간)와 비교해도 꽤 높은 수치이며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4번째로 많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한 인터넷 구직 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야근을 한다고 답했으며 월평균 5회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밤에 근무가 많아지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야근을 2A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대표적인 2A급 발암물질로는 납 화합물과 DDT 살충제 등이 있다.

새끼손가락 쪽 지압도 허리 통증 줄여

야근이 해로운 데엔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이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정적으로 장시간 앉아있는 습관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MD앤더슨 암센터 연구팀이 ‘미국의사협회 종양학회지(JAMA Oncolog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 활동량이 줄어든 경우 암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활동량이 많은 사람과 비교해 52%나 더 컸다.

또 야근은 야식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끼니를 거르거나 대충 먹은 뒤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불규칙한 식사를 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런 날들이 지속하면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자칫 과식하기 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한 동물실험 연구결과에 따르면 낮과 밤의 리듬이 정상적이지 않은 쥐들은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조절장애가 발생해 먹이를 적게 먹어야 하는 비활동 시간대에 정상 쥐보다 4배 이상의 많은 먹이를 섭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늦은 시간에 먹는 식사는 비만을 초래한다. 체중이 증가하면 자연스레 그 무게를 지탱하는 목과 허리 결림 등 척추·관절의 부담 또한 늘어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실제로 야근은 근골격계 통증도 악화시킨다. 주당 52시간 이상 일하며 불규칙하게 근무할 경우 근골격계 통증 위험에 남성은 3.5배, 여성은 2.4배 더 많이 노출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오래 앉아있는 업무 패턴과 잦은 야식으로 인한 복부비만이 지속하면 허리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장시간 앉아있다 보면 전신에 피로가 누적되면서 올바른 자세를 취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먼저 머리와 몸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게 된다. 여기에 정적인 생활로 척추와 골반의 사용이 줄면 주변 근육이 퇴화하고 약해져 신체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결국 몸을 지탱하는 허리와 목 등 특정 관절이나 근육·인대에 무리가 오며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은 서 있을 때보다 앉아있을 때 1.5배가량 증가한다. 배 나온 직장인들이 허리통증을 많이 호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증이 만성화되면 디스크(추간판)의 퇴행 혹은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평소 관리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장시간 앉아 있다 보면 허리 근육이 굳어지고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야근을 하면서 1시간 앉아있었다면 자리에서 일어나 5분이라도 스트레칭을 하며 뭉친 허리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후계혈(後谿穴)을 지압하는 것도 도움된다. 후계혈은 주먹을 쥐었을 때 새끼손가락 쪽 손금이 끝나는 손날 자리에 위치한다. 이곳을 볼펜이나 손톱으로 30초간 눌러주면 허리를 이완시켜 통증을 완화하는 데 좋다.

평소 노력에도 이전에 없었던 허리 통증이 발생하거나 쉽게 피로해진다면 만성 허리통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때는 지체하지 말고 의료기관에 방문해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한의학에서는 침·약침을 활용해 만성 허리통증을 치료한다. 신수혈(腎兪穴) 등 척추 주변 주요 혈자리를 자극하는 침 치료는 긴장된 근육을 이완해 혈액순환을 돕고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인다.

침 치료의 만성 허리통증 치료 효과는 연구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미국 하버드 의대 공동 연구팀은 만성 허리통증 환자의 신경 둔화를 개선하는 침 치료의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약침, 물리치료보다 빨리 통증 개선

약침 치료 또한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 약침은 한약재의 유효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해 조제된다. 신체 병변 부위에 직접 주사하는 만큼 한약과 침 치료의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으며 만성 허리통증의 요인이 되는 염증 또한 빠르게 제거한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연구저널(Journal of Pain Research)’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약침 치료가 물리치료보다 6배 빠르게 허리통증 호전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중증 만성 허리통증 환자 100명을 약침치료군, 물리치료군으로 각각 무작위 배정해 5주 동안 매주 2회씩 치료를 진행했다. 그리고 허리통증 숫자평가척도(NRS), 시각척도(VAS) 등을 치료 6주, 13주, 25주차에 걸쳐 추적 관찰하며 분석해 장·단기적 효과를 평가했다.

6주차 분석 결과 NRS, VAS뿐만 아니라 허리 기능장애지수(ODI), 치료만족도 조사(PGIC) 등에서도 약침치료군이 더욱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였다. 통증이 최소 절반 이상 감소한 환자를 대상으로 25주간의 각 지표 누적값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약침치료군이 물리치료군보다 더 빠르게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허리통증 NRS가 절반 아래로 감소한 시점은 약침치료군(28일)이 물리치료군(171일)보다 6배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일을 하다 보면 야근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근무여건이나 환경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는 제각각일 것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공통되는 중요한 이야기는 결국 건강이다.

문자영 천안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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