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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이어 佛메디치상…한강 "작별하지 않는 마음 느껴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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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역사적 배경은 다르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것이 있잖아요. 누구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한강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뒤 현지 출판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가 한강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뒤 현지 출판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53)이 제주 4·3사건을 다룬 장편『작별하지 않는다』로 9일(현지시간)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후 현지에서 한국 언론에 밝힌 소감이다.

제주 4·3사건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룬 데 대해 한강은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목이 ‘작별하지 않는다’인데, 제가 닿고 싶은 마음이 끝없는 사랑, 작별하지 않는 마음이었다”며 “그 마음을 독자들이 느껴주시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강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 표지. 사진 문학동네

한강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 표지. 사진 문학동네

메디치상은 실험적인 작품에 주어지는 젊은 문학상이다.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1958년 메디치상이 처음 만들어졌고 1970년 번역 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치 외국문학상이 추가로 만들어졌다. 밀란 쿤데라(1973), 움베르토 에코(1982), 오르한 파무크(2005) 등이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한국 작가가 메디치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강은 앞서 2017년에도 『희랍어 시간』으로 이 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승우 작가와 황석영 작가도 후보에 올랐지만 모두 수상이 불발됐다. 이번 수상으로 한강은 한국인 중 최초로 인터내셔널 부커상(2016)과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됐다. 한강은 그 밖에도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 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럽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주 4·3사건을 다룬 한강의 작품처럼 지역성이 두드러지는 서사가 주목받고 있다고 봤다. 서강대 불문과 교수를 지낸 소설가 최윤은 "프랑스 독자들은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픽션에 관심이 많다"며 "영미권 출판계와 달리 번역 문학에 대한 거부감이 작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이 2016년 장편『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은 지 5년 만인 2021년 펴낸 장편이다.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집에 가서 어머니 정심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내용이다.

한강은 2021년 출간 당시 인터뷰에서 “제주 바닷가에 월세방을 얻어 서너 달 정도 지낸 적이 있었는데, 주인집 할머니가 골목의 어느 담 앞에서 ‘이 담이 4·3 때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었던 곳’이라고 말씀하셨다”며 “그날의 기억이 이 소설이 됐다”고 회고했다. 현대사의 질곡을 담은 그의 또 다른 작품으로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년이 온다』(2014)가 있다.

작가 한강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뒤 현지 출판사가 마련한 축하 파티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작가 한강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뒤 현지 출판사가 마련한 축하 파티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작별하지 않는다』는 프랑스에서는 최경란·피에르 비지우의 번역으로 지난 8월 그라세(Grasset)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불어판 제목은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독특한 정신적 공간을 창조해 낸다. 독자는 주인공의 서사에 이끌려 경이로운 환상에 빠져들게 된다”고 소개했다. 일간 르 피가로는 “작가가 조국의 피비린내 나는 과거로 뛰어든 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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