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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 만나는 여행… '구보의 구보'전 둘러보니

중앙일보

입력

종로 사거리, 남대문, 경성역, 을지로… 한 남자가 일제 강점기 경성을 정처 없이 걷는다. 도쿄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변변한 직업도, 아내도 없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행복이 무엇인지, 고독이 무엇인지 곱씹는 것이 그의 일과다.

소설가 박태원의 작품 세계를 조망한 전시 '구보의구보' 포스터. 사진 소전문화재단

소설가 박태원의 작품 세계를 조망한 전시 '구보의구보' 포스터. 사진 소전문화재단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무기력한 일상을 그린 모더니즘 대표작,『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다.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할 당시 박태원이 글을 쓰고 이상이 삽화를 그렸다.

지난달 12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의 회원제 도서관 소전서림은 ‘구보(仇甫)의 구보(九步)’ 전시 오픈을 앞두고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주인공 구보의 산책 경로를 표시한 지도가 보였다. 전시는 구보의 산책 경로를 따라 9개 구역으로 구성됐다. 이상이 그린 소설 삽화, 시각예술가 최대진이 재해석한 1930년대 경성역 풍경, 시인 송승언이 들려주는 소설 속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코스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문학 전문 도서관 '소전서림'에서 소설가 박태원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구보(仇甫)의 구보(九步)'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 박찬우

서울 강남구에 있는 문학 전문 도서관 '소전서림'에서 소설가 박태원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구보(仇甫)의 구보(九步)'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 박찬우

전시에서는 1938년 문장사에서 출간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8) 초판본, 박태원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박태원의 동생인 화가 문원이 표지 디자인을 맡은『천변풍경』(1947)도 만나볼 수 있다. 박태원의 수필과 소설이 수록된 잡지, 집필실에 놓여 있던 병풍 '백동자도' 등 박태원의 일상이 담긴 전시품도 곳곳에서 관객을 맞는다.

책을 주제로 한 전시지만 삽화와 그림, 영화를 풍성하게 곁들여 보는 재미를 더했다. 화가 구본웅이 그린 이상의 초상화 ‘친구의 초상’과 박태원이 자신의 소설에 직접 그린 삽화 등을 전시관에서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소설을 오마주한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임현묵 감독) 상영관도 한 켠에 마련됐다. 전시는 내년 1월 28일까지 소전서림에서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문학 전문 도서관 '소전서림'에서 소설가 박태원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구보(仇甫)의 구보(九步)'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전시관의 영화 상영 코너. 사진 박찬우

서울 강남구에 있는 문학 전문 도서관 '소전서림'에서 소설가 박태원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구보(仇甫)의 구보(九步)'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전시관의 영화 상영 코너. 사진 박찬우

소전서림을 운영하는 소전문화재단은 전시 개관에 맞춰 단행본『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소전서가)도 지난달 20일 출간했다. 조선중앙일보에 소설이 연재될 당시 이상이 그린 29점의 삽화가 전부 담겼다. ‘모더니스트 듀오’인 박태원의 글과 이상의 그림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박태원과 이상을 연구해 온 유승환 서울시립대 국문과 교수와 김미영 홍익대 교양교육원 교수의 작품 해설이 길잡이가 돼 준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표지. 사진 소전서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표지. 사진 소전서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회원제 문학전문도서관 '소전서림' 내부.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회원제 문학전문도서관 '소전서림' 내부. 중앙포토

소전서림은 2020년 청담동에 문을 연 문학 전문 도서관이다. 연회비 10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하루 3시간 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다. 전시·강연·공연·낭독회 등이 상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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