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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원배의 시선

카카오는 왜 존경 받지 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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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원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원배 논설위원

김원배 논설위원

지난해 한 대기업 임원에게 카카오 인사와 업무상 만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시간 내줬는데 우리에게 뭘 해줄 수 있느냐”는 식이었다고 한다. 카카오가 단연 ‘갑’이었다는 얘기다. 더 놀란 것은 사업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는데도 카카오 인사는 “우리가 하면 괜찮다”는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얘기는 당연히 일방적이며 과장이 섞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큰 위기를 맞은 카카오를 보면서 그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카카오는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경쟁에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하이브의 SM 공개 매수를 방해한 정황이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고,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까지 조사를 받았다.

김범수 카카오 대주주 겸 이니셔티브센터장이 10월 23일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며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대주주 겸 이니셔티브센터장이 10월 23일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며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올해 2월 SM은 창업자 겸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와 경영진의 사이가 벌어졌다. 카카오는 SM 경영진과 함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대 주주로 참여하려고 했다. 이는 이수만의 지배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 그가 그냥 있을 리가 없었다. 이수만이 낸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을 보면 카카오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싸움 난 집에 들어가 사실상 주인이 되려 했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스타트업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논란도 우연이 아니다.

계열사 상장, 이익 챙기기 몰두
SM 시세조종 혐의로 수사 받아
갑질 이미지 벗고 신뢰 쌓아야

 이수만이 보유 지분을 하이브에 매각하자 다급해진 것은 카카오였다. 당시 하이브가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주당 12만원에 SM 주식 공개 매수에 들어갔다. 이때 SM 주가가 급등해 12만원을 넘어갔고 하이브의 공개 매수는 실패했다. 유죄 여부는 법원에서 가려지겠지만 금융감독원은 SM 주가 급등 배경에 카카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윤리와 도덕을 무시한다고 당장 불법이 되지 않지만, 여기에 둔감해지면 지금과 같은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게 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카카오엔터는 웹툰·웹소설은 강하지만 음악 쪽은 취약하다. 유명 아이돌그룹을 보유한 SM을 인수하면 큰 도움이 된다.

 2021년 4월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뉴욕 증시 상장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2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겠다고 했다. 어떤 회사가 되느냐보다 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카카오의 다른 비상장 계열사 경영진의 마음속에도 이런 목표가 있을 것 같다. 성공하면 엄청난 성과급이 따른다. 하지만 실적이나 성장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주가는 떨어진다. 상장한 몇몇 카카오 계열사들이 겪는 일이다.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감원의 감리를 받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도 상장 목표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 벤처기업을 키워 상장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카카오톡으로 국내 메신저 시장을 독점하고 은행(카카오뱅크)까지 가진 기업이면 사회적 책임도 막중하다.

 지난해 10월 SK C&C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카카오는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다. 이를 교훈 삼아 더 잘하면 된다. 하지만 지난달 초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당시 카카오의 포털사이트인 ‘다음’에서 중국팀 응원(91%)이 한국팀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논란이 됐다. 다음의 ‘클릭 응원’은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외부 세력의 개입에 취약했다.

 반면 네이버는 한국팀 응원이 절대다수였다. 카카오는 이 코너가 여론 조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1년 전 그 난리가 났음에도 여전히 허술하고 무책임하다. 사고에서 배운 게 뭔가. 큰 사고는 이런 틈에서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지뢰’가 어디에 또 있을지 모를 일이다.

 김범수 센터장이 “나부터 반성한다”며 쇄신 경영에 나섰고, 외부 인사가 포함된 준법감시기구를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 문화는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제는 “카카오가 하면 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자신을 살펴야 한다. 어려운 일이 닥쳐도 카카오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평판이라는 게 중요하다. 위에서 소개한 그 대기업 임원을 다시 만났을 때 “카카오가 달라졌어요”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신뢰 회복을 통해 부정적인 평판을 개선하고 ‘존경 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 대가를 치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