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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거래 뚝…6채 중 1채꼴 매물 나온 단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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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아파트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 집을 팔려는 사람은 늘었는데, 좀처럼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일부 아파트에선 총가구 수의 15% 이상이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아파트 거래량이 줄고, 매물이 쌓이면서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일 중앙일보가 포털사이트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매물 정보를 지난 6~8일에 걸쳐 웹 크롤링 방식(웹사이트에서 정보 추출)으로  수집해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182만2514가구 중 7만9004가구(4.33%·중복 매물 제외)가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2020년 11월부터 전국 아파트 등록 매물 수를 취합해 제공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8만452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으로 거래 절벽 상태였던 지난해 6월 6만5000여 건을 기록한 뒤 올해 초 5만 건대로 매물이 줄었지만, 이후 꾸준히 증가해 8만 건을 넘어섰다. 100가구당 3가구꼴로 매물이 나왔던 것이 4가구꼴로 늘어난 것이다.

중앙일보 조사 결과 매물이 가장 많은 아파트는 9510가구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로, 827가구가 매물로 등록돼 있다. 매매가 불가능한 임대 가구 수를 제외하면 약 10.2%가 매물로 나와 있는 셈이다. 500가구 이상인 서울 아파트의 총 가구수 대비 매물 비율을 측정해보니 강남구 청담자이(17.66%),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8%), 성동구 트리마제(11.6%), 구로구 한양수자인에듀힐스(11.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708가구 규모 청담자이의 경우 125가구(조사일 기준)가 매물로 나와 있다. 이 아파트는 전용 49㎡짜리가 464가구인데, 최근 실거래가격(18억8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내놓은 물건도 소화가 안 되고 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초 이후 집값이 반등하자 집을 팔려고 내놓은 사람이 많은데 좀처럼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 자치구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가구당 매물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서초구로 10만1041가구의 6.0%인 6048가구가 매도 매물이다. 강남구(5.1%), 광진구(5.0%), 성동구(4.9%) 등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지역일수록 매물이 많이 쌓였다. 도봉구(3.5%), 금천구(3.3%) 등은 가구 수 대비 매물 비중이 작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올해 초부터 집값 반등세가 나타나면서 매도자는 조금이라도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려 하지만, 매수자는 올해 초 급매물 가격에 집을 사길 희망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집값이 바닥을 찍은 뒤 반등세가 강남권에서 먼저 시작됐고 그 폭이 컸다”며 “상승 전환이 빨랐던 지역의 경우 가격이 이미 전고점에 근접해 매수자들이 추격 매수에 나서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매물이 더 많이 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매도자와 매수자의 힘겨루기로 관망세가 이어지는 시장 상황을 집값 하락의 전조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05% 올랐는데, 이는 지난주(0.07%)보다 상승 폭이 줄어든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가격이 반등한 데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대출이 줄고, 시중 금리도 오르면서 집을 매수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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