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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1000그루 뒤덮인 노랑마을, 은빛 능선 억새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1000여 그루의 은행나무에 둘러싸인 청라 은행마을. 최근 큰비로 은행잎이 50% 이상 떨어졌지만, 마을 곳곳을 노랗게 뒤덮은 풍경을 11월 중순까지 누릴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일의 모습이다.

1000여 그루의 은행나무에 둘러싸인 청라 은행마을. 최근 큰비로 은행잎이 50% 이상 떨어졌지만, 마을 곳곳을 노랗게 뒤덮은 풍경을 11월 중순까지 누릴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일의 모습이다.

충남 보령 하면 머드축제 즐기는 청춘의 열기, 거칠 것 없는 대천해수욕장의 풍경부터 떠오른다. 여름 휴가지로 익숙한 고장이지만, 보령은 사실 가을 풍경이 더 깊고 진하다. 1000그루의 은행나무로 둘러싸인 은행마을, 서해안에서는 보기 드문 억새 산인 오서산(791m)이 있어서다.

20일까지 누리는 황금물결

오서산은 억새밭의 규모는 작지만, 그 너머로 서해안의 절경까지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오서산은 억새밭의 규모는 작지만, 그 너머로 서해안의 절경까지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서해안에 맞닿은 보령에서도 가장 내륙 깊숙한 곳의 땅. 오서산 남쪽 자락의 청라면 장현리에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로 유명한 ‘청라 은행마을’이 있다. 주민 250명 남짓한 작은 마을에 은행나무만 1000그루가 넘는다. 가을 이맘때 먼발치에서 내다보면 온 동네에 노란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하다.

은행마을 가을 풍경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세상에 알려지면서 전국구 명소로 거듭났다. 인스타그램에 ‘은행마을’을 검색하면 1000개 이상의 인증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은행잎 빛깔이 무르익는 10월 말에서 11월 중순까지는 주말 하루 5000명가량이 다녀간다. 은행나무에 둘러싸인 마을 안쪽의 캠핑장은 이른 봄에 단풍철 예약이 끝날 정도로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큰비와 강풍으로 은행잎이 50% 이상 떨어졌지만, 시골길과 담벼락, 개울 등을 노랗게 뒤덮은 장관을 이달 20일까지 누릴 수 있다.

조선 시대 전통 가옥과 은행잎이 어우러지는 ‘신경섭 가옥’과 카페와 정원이 있어 분위기가 그윽한 ‘정촌유기농원’ 주변이 기념사진을 담아가기 좋은 명당이다. 참고로 청라 마을의 은행나무는 열매를 맺는 암나무가 대부분이다. 냄새는 고약해도 마을에는 없어선 안 될 보물이다. 이장 김문한(56)씨는 “매년 50t가량의 은행을 수확한다”고 귀띔하면서 “우리 동네가 예부터 은행 털어 대박 난 마을”이라며 웃었다.

서해안 산 중턱 1.3㎞ 억새길

은행마을 곁에는 가을철 억새로 이름난 오서산도 있다. 마을에서 자동차로 불과 5분이면 산행 들머리인 오서산 자연휴양림에 닿는다. 은행마을에서는 은행잎 깔린 평탄한 융단 길을 쉬엄쉬엄 걷는 재미가 컸다면, 오서산에서는 제법 땀을 빼야 한다. 특히 산 중턱의 월정사 옆 비탈은 꽤 악명 높은 깔딱고개여서 등산화와 스틱이 필수다.

휴양림 초입에서 정상까지 대략 2㎞의 산길인데, 대략 1시간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지루한 숲길이 내내 이어지지만, 9부 능선쯤 오르면 갑자기 온 사방이 열리며 산마루와 억새 군락의 모습이 동시에 드러난다. 이어 능선을 따라 억새 길이 1.3㎞가량 이어진다. 솔직히 억새 산행 1번지로 통하는 영남알프스의 간월재나 사자평처럼 억새밭의 규모가 큰 건 아니다. 대신 전망이 대단하다. 억새밭 너머로 서해안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펼쳐진다.

보령 대천해수욕장 머드먹자골목 ‘조개팩토리’의 키조개삼합. 백종현 기자

보령 대천해수욕장 머드먹자골목 ‘조개팩토리’의 키조개삼합. 백종현 기자

산행 후 회포를 풀기에는 대천해수욕장이 좋다. 해수욕장 뒤편으로 이른바 ‘머드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다. 먹자골목의 오랜 인기 메뉴는 ‘무제한 리필 조개구이’이었으나, 요즘은 ‘키조개 삼합(사진)’이라는 신종 메뉴를 앞세운 가게가 많아졌다. 보령 특산물 키조개와 각종 야채·고기·해산물 등을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키조개 전문 식당 ‘조개팩토리’에서는 키조개 관자와 함께 전복·대하·우삼겹·가리비 등이 올라왔다. 정태화 대표는 “인증샷을 부르는 푸짐한 상차림, 골라 싸 먹는 재미 덕분에 20대 젊은 층에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왕복 4시간 산행의 효과였을까. 40대 아재의 입맛에도 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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