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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잘 키운 물고기”를 부탁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신라대학교 소정화 교수

신라대학교 소정화 교수

‘광어도 주사를 맞나?’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힙하게’의 여주인공이 양식장에서 백신을 접종하면서 묻는 대사다. 매일 광어 요리를 먹는 장면 또한 인상적이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양식장의 광경부터 ‘물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삶의 여정을 짧게나마 들여다본 기분이었다.

광어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더 건강한 모습으로의 변신을 앞두고 있다. 내년부터 ‘잔류물질 허용목록관리제도(positive list system, 이하 PLS 제도)’가 어류에 도입되기 때문이다. 광어가 주사를 맞는 장면만큼이나 생소하게 느끼시는 분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수산물 PLS 제도는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양식어류에 남을 수 있는 동물용 의약품의 잔류량을 국가가 정하는 기준치 이하로만 허용하고 그 외는 모두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 평균 체중과 섭취량을 고려하여 어류에 남은 동물용 의약품 잔류물질은 평생 먹어도 이상이 없는 수준으로 허용 기준을 설정한다. 이 기준은 식품의 안전은 물론 국가 간 무역장벽으로까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 흐름에도 맞춰 관리한다. PLS 제도가 도입되면 잔류물질 허용 기준을 초과하는 부적합 식품을 걸러내는 것은 물론이고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물질까지 찾아내는 노력이 더해진다. 사전에 식품 안전사고를 철저히 예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자신감이 아닐 수 없다.

양식어류는 생산 환경 내에서 질병에 노출되고 필연적으로 약품이 사용된다. 수산동물용 의약품은 동물은 물론, 인체 유해성 및 자연환경 영향까지도 심사하여 허가되며, 전문가의 진료와 처방이 있어야 약품을 취급할 수 있다. 그렇다. 남은 것은 어업인들의 올바른 사용이다. 정해진 용법·용량에 따라 약품을 사용하고 휴약기간을 지키기만 하면 출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적합 사례의 발생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검출량보다 검출 여부로 판단되는 보도에 억울한 사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방 없이는 항생제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강화하고 어민을 위해 부족한 약품을 개발한 그간의 정부 노력이 점차 빛을 발할 것이다. 그런데 식품의 기준을 강화하고 모든 물질을 검출해 내는 기술적 완성이 먹거리로서의 수산물의 미래일까. 바뀌는 제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건강하게 길러낼 수 있는 더 큰 바람이 우리 모두에게 불어야 하지 않을까.

‘광어도 주사를 맞는다!’ 건강을 위해서. 우리는 깨끗한 환경에서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며 양질의 영양분을 먹고 적절한 치료를 받은 수산물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길 바란다. 잔류물질 허용 기준은 식품을 측정하는 하나의 수치일 뿐 안전한 수산물의 본질 전부는 아니다. 건강하게 키워 수산물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우리 수산업이 나가야 할 미래이지 않을까. 이는 동물 복지의 개념과도 상통하며, 인간의 건강과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길이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안전은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양식장 HACCP, 친환경 수산물은 건강한 생산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물고기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자. 수산동물용 의약품은 시간이 지나면 물고기의 몸에서 배출되어 사라지지만, 물고기에 남은 건강은 사라지지 않는다. 두어 달 앞으로 다가온 수산물 PLS 제도의 시행이 우리 수산물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는 순풍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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