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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업자 1명이 태양광 489개…같은 주소 '쪼개기 발전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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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태양광 시설 모습. [사진 국무조정실]

태양광 시설 모습. [사진 국무조정실]

정부가 1㎿(1000㎾) 이하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신설 시 송·배전망 등 주요 인프라 구축 비용을 한국전력공사에 의무적으로 부담하게 하자 ‘쪼개기’ 발전소가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만든 제도가 악용되면서 한전의 재정 적자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한국에너지공단·한국전력공사 3개 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사업자 대표 A씨는 3개의 사업체에서 총 489개의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A씨가 가지고 있는 발전소는 전부 1㎿ 이하의 소규모 태양광인데 일부는 주소지가 동일함에도 ‘1㎿ ’ 이하로 쪼개 각기 다른 발전소명으로 등록해놓았다.

같은 주소인데 발전소당 1㎿ 이하로 쪼개 등록 

구체적으로 보면 전남 보성군 회천면 동율리에 있는 A씨 소유 태양광 발전소 3개는 주소가 같지만 999.32㎾씩 나눠서 등록돼 있다. 전남 해남군 황산면에 있는 또 다른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4개가 같은 주소지를 쓰고 1개는 바로 옆 지번으로 등록돼 있었다. 각 발전소당 설비용량 역시 498.68~997.8㎾로 1㎿ 를 넘지 않았다.

A씨가 쪼개기 등록을 해놓은 건 ‘소규모 신재생발전 무제한 접속 허용’ 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위해 2016년 10월부터 1㎿ 이하 소규모 발전소를 지을 경우 전력망 접속을 보장하는 정책을 내놨다. 한전이 공용 송·배전망과 공용 접속 설비 보강에 드는 공사비를 모두 부담하도록 한 방식이다. 공용 인프라 구축에 돈을 들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양 의원에 따르면 A씨처럼 100개 이상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5명이다. A씨를 제외하면 각각 319개, 209개, 148개, 137개의 발전소를 가지고 있다. 25개 이상을 소유한 사업자로 범위를 넓히면 쪼개기 등록을 의심해볼 만한 이는 25명으로 늘어난다.

한전, 신재생E 송·배전 설비 확충이 1조1500억원 투자

8일 오후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한국전력공사(한전) 인재개발원의 모습.   연합뉴스

8일 오후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한국전력공사(한전) 인재개발원의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런 발전소 난립이 한전의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안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10㎿만 돼도 허가받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쪼개기로 등록할 경우 허가가 쉬운 데다가 의무적으로 망을 구축해줘야 하니 한전에는 재정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A씨가 전남 보성군의 발전소(3개) 계통연계를 위해 납부한 비용은 1억1922만원인 반면 한전에서 공용 배전망 구축을 위해 들어간 비용은 20억5786만원이다. 전남 해남 발전소(5개)에서도 A씨는 1억8865만원을 부담했지만 한전이 투입한 비용은 12억7115만원에 달했다.

한전의 '재생에너지 접속 진행 현황' 자료를 보면 2016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신재생발전 접속을 위한 송배전 설비 확충에 총 1조1500억원을 투자했다. 한전은 송·배전 설비를 보강하기 위해 향후 5년간 7511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양금희 의원은 “1㎿ 무제한 접속으로 인해 땅값이 저렴한 지역에 발전시설이 편중되고, 대규모 설비보강이 필요해지는 계통부담과 접속 지연이 가중되고 있다"라며 "쪼개기로 의심되는 사례 없는지 전면 조사 후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 7월 '신재생에너지 정책혁신 TF'를 구성해 1㎿ 이하 태양광 무제한 접속 제도 등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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