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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에바 존의 문화산책

어두운 뉴스 홍수, 우울감에 빠지지 않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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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에바 존 한국 프랑스학교 사서

에바 존 한국 프랑스학교 사서

지난 몇 주간 우울한 뉴스가 계속 들려왔다. 내 조국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13일 어느 학교에서 무슬림 졸업생이 휘두른 흉기에 교사 도미니크 베르나르가 피살됐다. 미국 메인주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으로 18명이 사망했다. 한국에서는 159명이 압사한 이태원 참사가 1주기를 맞았다. 언론에서는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전쟁에 대해 연일 보도하고 있다. 이미 1만 명가량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사상자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 진행 중이고 기후 재난 관련 뉴스도 수없이 들려온다.

이전 세기보다 세계는 안전해져

내 친구 하나는 더는 뉴스를 보기가 힘들다고 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뉴스 소비를 줄여야겠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 친구의 가족은 이스라엘에 있고, 당연히 그는 전쟁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가 내 안부를 묻길래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잘 지내, 세상은 잘 지내지 못하지만.”

자, 어떻게 하면 뉴스를 계속 보고 정보를 습득하면서도 우울과 염려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을까. 한 사람이자 어머니, 학교 사서인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물론 특정 시대를 더 나쁘거나 좋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이전 세기보다 세상은 전반적으로 점점 안전해지고 있다. 각각의 위기에 개인적으로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에 따른 인지의 문제다.

전쟁·살인·재난 잇따르는 세계
충격적 소식에 휩싸인 현대인
뉴스 보지 않는다고 해결되나
세상에 대한 비판적 관심 필요

우리 시대의 특징은 즉각적인 정보가 넘친다는 것이다. 우리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전통 미디어뿐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이미지와 영상으로 된 뉴스를 접할 수 있다. 끊임없는 스크롤 넘기기에 쉽게 중독될 수 있다. 미국심리학회 웹사이트에는 ‘과도한 미디어 사용은 정신건강을 해칩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과포화 상태’에 대해 언급하면서 뉴스가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젊은이들이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 시민들이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석방과 이스라엘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시민들이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석방과 이스라엘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현대 영어사전에는 ‘eco-anxiety’(환경 염려증)라는 새 단어가 추가됐다. 미국심리학회의 정의에 따른 이 단어의 의미는 ‘기후 재난에 대한 고질적인 두려움’이다. 프랑스 인구의 약 67%는 환경 염려증에 시달리고 있다. 환경 염려증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떠올라 심지어 어떤 젊은이들은 이 때문에 자녀를 갖지 않기도 한다.

전쟁이나 빙하 유실이 우울한 뉴스이기는 하지만,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정보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부정적인 뉴스 과부하로 소진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책은 사람마다 다르다. 뉴스를 보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민이라면 마땅히 최소한의 정보는 습득해야 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뉴스 다이어트’를 권고한다. 소셜미디어 뉴스 줄이기, 스마트폰 뉴스 알람 끄기, 스크린 사용 제한 등으로 뉴스량을 줄이는 것이다. 재난 지역에 기부하기, 청원서에 서명하기 같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무력감과 염려에 맞서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학교 사서인 내 업무 중 하나는 미디어 및 정보 교육이다. 다양한 정보 수단 사용 방법과 이를 통해 유익을 얻는 방법을 가르친다. 만 7세 어린이들의 수업 시간에도 스크린 사용 시간, 안전한 인터넷 사용법, 부적절한 콘텐트나 가짜 뉴스를 경계하는 방법 등에 대해 토론한다. 프랑스 교사 피살 사건 때는 교사 베르나르를 기리며 1분간 묵념했는데, 해당 사건에 대해 5학년 반에서 토론한 적도 있다.

어린이 맞춤형 뉴스 전문 미디어

부모로서도 교사로서도,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나쁜 뉴스에 대해 설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정확히 무엇을 말해 주어야 할까. 어떤 말로 알려야 할까. 아이들 수준에 맞게 어린이 맞춤형 뉴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미디어도 있다. 특히 과다한 이미지는 아이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며칠 전 ‘르몽드아도’ (프랑스 일간지 청소년판)에 ‘불안을 유발하는 뉴스: 두려움을 통제하는 방법’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불안을 표현하기, 가끔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고 모든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인정하기 등의 방법이 소개됐다.

결론적으로 나는 새로운 세대가 우울감에 빠지거나 미래를 비관하지 않게 하면서 세상에 관심을 갖도록 돕는 일이 부모와 학교, 정부 전반의 공동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뉴스 소비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토론으로 이어져, 우리가 접한 뉴스를 소화하고, 질문을 던지고, 균형감각을 갖고, 다양한 의견에 대응하고, 나아가 적절한 행동으로도 이어져야 한다.

에바 존 한국 프랑스학교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