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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판 셜록 홈스…정세랑 “이번엔 웃기고 싶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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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정세랑

정세랑

죽은 오빠를 대신해 남장하고 왕실 서기로 살아가는 설자은이 ‘셜록 홈스’라면, 일찌감치 그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아채는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은 ‘존 왓슨’이다. 우연히 같은 배를 타게 된 둘은 콤비가 돼 홈스와 왓슨처럼 미스터리를 해결해나간다. 지난달 30일 출간된 소설가 정세랑(39·사진)의 역사 미스터리 장편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문학동네)의 얼개다.

학원 판타지물 『보건교사 안은영』,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한 『시선으로부터』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정세랑이 3년 만에 낸 신작이다. 출간 전 예약 판매만으로 지난달 교보문고 한국소설 1위에 올랐다. 서기 680년 통일신라 수도 금성이 배경이다. 정씨를 지난 6일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판타지부터 리얼리즘 소설, 역사 추리물까지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
“동시대인들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 거침없이 읽을 수 있는 오락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 다 갖고 있다. 이번엔 후자의 마음으로 썼다. ‘어떻게 쓰면 웃길까’ ‘어떻게 쓰면 내달리듯 읽힐까’ 이런 고민을 많이 했다.”
하필 통일신라가 배경인가.
“사료가 많으면 작가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다. 통일신라 시대는 자료가 적고 그나마도 축약된 것이 대부분이라 상상력으로 채워나갈 수 있어 재밌었다.”
직접 답사도 했나.
“2016년 경주에 수도 없이 갔다. 해 질 무렵에 월지(月池)를 갔는데, 왕이 연회를 벌이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매잡이 시체가 연못에서 발견되는 에피소드도 여기서 나왔다.”
전공이 도움 됐나. (※정세랑은 고려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어디를 뒤져야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아꼈는데, 전공 덕이다. 사실을 다루는 학문과 융화할 수 없어서 (웃음) 창작자가 된 거다.”
주인공이 6두품 남장 여자라는 설정이 진부하다는 독자도 있지 않을까.
“‘남장 여자’라는 클리셰라도 있어야 1300년 전 세계로 들어가는 게 수월하지 않겠나. 역사물·추리물이 많은 사람에게 가 닿기 위해서는 통속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설자은과 목인곤을 콤비로 만든 이유는.
“둘의 관계를 최대한 매력적으로 그리고 싶었다. 우정이지만 때로 건조하고 미묘한 관계라고 할까.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져도 남녀 주인공이 한 명씩 나오는 게 더 재밌지 않나.”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쓰고 싶나.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은 술술 읽히다가도 멈칫하고 ‘사람 본성이 그렇게 뒤틀린 데가 있지’라고 생각하게 한다.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 98%는 즐겁고, 2%는 가시처럼 찌르는 까끌까끌함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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