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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언제 가스통에 불붙였나" 연금 전문가들의 분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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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오후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 회관에서 연금연구회의 '국민연금 다 함께 살리기'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 회관에서 연금연구회의 '국민연금 다 함께 살리기'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2007년 (국민연금) 개혁했을 때 우리 세종대로에서 막 가스통에 불붙였나요?”

지난 7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 회관에서 열린 연금연구회 세미나. 발표자로 참석한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강하게 성토했다. 김 교수는 “우리 국민은 연금 개혁 두 번(1998·2007년) 있을 때 대단히 순종적이었다”며 “실제로 개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의 역사를 가만히 보면 그냥 이렇게 하다가 높으신 분들이 ‘그만하자’ 이렇게 해서 끝났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지만,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 등에 관한 수치를 제시하지 않아 맹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지만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이다. 복지부의 연금개혁안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그대로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 연금특위가 내년 5월까지 정부안을 토대로 최종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한자리 모인 연금전문가들..."쓰나미 오고 있다" 

연금연구회는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포함한 교수와 언론인 등이 모여 매달 연금 토론을 해온 전문가 모임이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7일 세미나의 주제는 ‘국민연금 다 함께 살리기’였다. 발표자ㆍ토론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국민연금 개혁이 이번에도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위기감을 토로했다.

이날 사회자로 나선 김신영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세미나에서 교수님들의 발표를 들으면 공통점이 느껴진다. 살짝 화가 나있다"면서 "저 멀리서 쓰나미가 오고 있는데, 그리고 수치로 보여주고 있는데 정부에서도 소위 전문가라고 하시는 분들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연금 개혁을 3대 개혁 중 하나로 공약 내세워서 발표한 작품이 ‘종합운영계획’”이라며 “방향성에 대해선 나무랄 부분이 없다”고 운을 띄웠다. 하지만 곧 “정치인들이 법을 바꿔서 의사 결정하려면 구체적인 안을 주고 그걸 설득하려는 노력이 따라가야 하는데 ‘보험료는 좀 올려야 한다, 가입 기간은 늘리도록 하겠다, 수익률도 제고하겠다’ 이런 건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라고 방향성만 제시된 보고서를 비판했다.

"자식, 손주의 권익 침해 왜 방관하나"…"청년 의견 반영은 될까"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현행(연금 보험료율 9%) 제도를 유지할 경우 미래의 자녀 세대가 부담할 연금 보험료는 30%로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같이 핏줄에 대한 애착이 강한 곳에서 자식과 손자, 손녀의 권익을 침해하는 걸 방관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하는데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연금 개혁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종합운영계획에 담은 국가 지급보증 법제화가 ‘미신’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정부가) ‘90년생들 걱정하지 마. 2055년에 연금 기금 고갈돼도 해줄게’라는 걸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라며 (현재의 재정 상황대로 간다고 할 때) “국가재정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은 ‘미신’”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대표 토론자로 나선 충남대학교 학생 황세웅 씨는 “현재의 인구 구조상 미래세대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인데 복지부에서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에 과연 미래세대의 의견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반영될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또 “국민연금의 재정적 부담을 더 키울 소득대체율 인상이 논의되는 것은 촌극”이라며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곧 국민연금의 수혜자가 될 세대라는 것도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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