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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대신 'AI 협상가'…英선 계약협상·체계 몇분이면 끝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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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루미넌스 홈페이지 캡처

사진 루미넌스 홈페이지 캡처

사람이 일절 개입하지 않고서도 계약서 검토부터 협상까지 한번에 끝내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영국에서 처음 공개됐다. 챗(chat) GPT와 같은 범용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법률문서 검색·계약 검토 및 분석 시스템을 구축한 국내외 사례는 있었지만, 두 명 이상의 계약 당사자 간 협상을 사람 없이 완전히 자동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7일(현지시간) BBC,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AI 기업인 루미넌스(Luminance)는 이날 런던 본사에서 협상 자동화 프로그램 'AI 오토파일럿'을 선보였다. 2015년 케임브리지대 출신의 수학자, 변호사 등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이 회사는 변호사 업무에 필수적인 막대한 양의 서류 검토 시간을 줄여 효율적으로 일하게 돕는 법률 문서 분석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제공해왔다.

이번에 내놓은 '오토 파일럿'은 법률 업계에 특화된 협상 자동화 프로그램이라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계약 검토부터 협상까지 모두 사람 대신 'AI 협상가'가 맡는다.

AI 협상가가 스스로 계약서 분석과 내용을 검토한 뒤 다른 쪽 당사자와 계약서를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논쟁이 되는 조항이나 회사 정책에 반하는 내용이 있으면 빨간색으로 긋고 나서 해당 조항을 더 적합한 것으로 바꾼다. 진행 과정 내내 변경된 사항들은 별도로 저장도 해둔다. 담당 변호사는 두 AI 간 작업에 개입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최종 서명 단계에서만 개입한다.

AI 협상의 판단 근거는 챗 GPT처럼 인터넷에 공개된 범용 콘텐트 대신 1억5000만개에 달하는 법률 문서를 토대로 했다고 루미넌스 측은 설명했다. 이를 위해 법률 특화 대규모 언어 모델(Legal Private LLM)을 자체 개발했다고 한다. 외신들은 '오토 파일럿'을 이용하면 계약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몇 분에 그쳤다고 전했다.

루미넌스 측은 이 AI가 법조계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거 글루시나 루미넌스 전무이사는 "기밀유지계약(NDA) 완료 때문에 정작 본 업무 추진이 더뎌지는 경우가 많다"며 "NDA 같은 것은 오토 파일럿으로 시간을 대폭 단축해 변호사 등 협상 당사자들이 중재 업무 등 보다 창의성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선보인 AI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루미넌스 측은 연내 시범 운영(베타 테스트)를 거쳐, 로펌과 컨설팅 회사 등을 상대로 연간 구독제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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