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ㆍ의궤’ 110년 만에 귀향…박물관 12일부터 일반 관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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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월정사 입구에 있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월정사 입구에 있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왕조실록ㆍ의궤 지난 4일 평창으로 옮겨져 

일제 때 일본으로 무단 반출됐던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ㆍ의궤’ 가 110년 만에 귀향했다.

8일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ㆍ의궤 범도민환수위원회(이하 범도민환수위) 등에 따르면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은 지난 4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월정사 입구에 있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이에 강원특별자치도·평창군·월정사 등은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환지본처(還至本處ㆍ제자리로 돌아감)를 알리는 기념행사를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오대산 사고 등 월정사 일원에서 진행한다. 의궤(儀軌)는 조선시대 왕실이나 국가에 큰 행사를 그림과 문자로 기록한 책을 말한다.

9일 오후 2시에는 평창군청에서 ‘평창군 보관식 재연 행사’가 열린다. 다음날인 10일 오후 2시에는 오대산문에서 전나무 숲길을 거쳐 월정사까지 이어지는 ‘이운 행렬 재연 행사’가, 11일 오전 10시에는 오대산 사고에서 귀향을 알리는 ‘환지본처 고유제’가, 오후 2시에는 박물관 개관식이 열릴 예정이다. 일반 관람객은 12일부터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감상할 수 있다.

조선왕조의궤 오대산사고본 철종국장도감의궤 반차도.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왕조의궤 오대산사고본 철종국장도감의궤 반차도.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월정사 입구에 있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월정사 입구에 있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유물 쪽에 가스 소화설비 설치 

문화재청 관계자는 “기존에는 영인본(影印本ㆍ복사본)이 전시되고 있었기 때문에 소화설비가 스프링클러뿐이었다”며 “원본은 물에 젖지 않게 하기 위해 유물 쪽에는 가스 소화설비를 대비공간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등 박물관 전체를 리모델링했다”고 설명했다.

1913년과 1922년 일제가 반출한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는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오대산사고본 실록은 1913년 조선총독 데라우치와 도쿄대 교수 시로토리(白鳥庫佶)의 결탁으로 주문진항을 통해 일본 도쿄대로 갔다. 의궤는 1922년 조선총독부가 일본 왕실 사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에 기증하면서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실록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상당수가 소실됐다. 그 가운데 일부인 27책은 1932년 경성제국대로 돌아왔지만, 나머지 실록과 의궤는 1965년 한일 문화재ㆍ문화협정을 거치면서 잊혔다.

1980년대 학계와 불교계에서 오대산사고본 실록ㆍ의궤 존재를 일본에서 확인하면서 월정사 등 민간을 중심으로 한 환수운동이 전개됐다. 이후 2006년과 2011년에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ㆍ의궤는 환국에 성공한다. 하지만 보관 장소가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최종 결정되면서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새해 첫날부터 휴관 리모델링 시작 

이에 범도민환수위가 출범되고 실록과 의궤는 원소장처인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문화재제자리찾기 운동이 펼쳐졌고 마침내 먼 길을 돌아 제자리를 찾았다. 실록은 110년, 의궤는 101년 걸렸다.

2019년 9월 연면적 3537㎡ 규모(지상 2층 건물)로 개관한 기존 박물관에는 영인본이 전시돼 있었다. 전시실은 총 6실(1244㎡)을 갖췄고, 유물 200여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24일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ㆍ의궤의 평창 이관과 관련된 ‘국립조선왕조실록전시관’ 운영 예산 15억4200만원이 포함된 2023년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환지본처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박물관은 원본 귀향이 결정되자 새해 첫날인 지난 1월 1일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위한 휴관에 들어갔다.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월정사 입구에 있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월정사 입구에 있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한수위원회, 선향위원회로 변경해 활동 

한편 한국전쟁 당시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1992년 복원된 오대산사고 활용 방안도 관심사다. 이번에 돌아오는 조선왕조실록ㆍ의궤는 일제에 약탈당하기 전까지 오대산사고에 보관돼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비어 있는 상태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ㆍ의궤 범도민 환수위원회 지형근 사무총장은 “일본이 강제 반출을 하면서 110년을 떠나 있던 실록과 의궤가 이제 제자리를 찾았다”며 “원본은 박물관에 전시하고 영인본은 오대산사고에 전시해 교육 장소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수위원회는 앞으로 선향위원회로 변경해 활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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