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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붙잡던 美기업, 이젠 안 나가 걱정…'대퇴사 시대' 저문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서 이른바 '대퇴사(Great Resignation)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경기 둔화를 우려한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자리를 지키려 하자, 일부 기업은 정리 해고를 검토하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와 기업 관계자가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와 기업 관계자가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에는 미국 기업들이 (퇴사하려는) 직원을 붙잡으려 애썼지만, 이제는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직원이 너무 적어 골칫거리"라고 보도했다. 노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시기에 더 나은 임금과 근로 조건을 찾아 활발하게 이직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의 퇴사율(총 고용에서 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월까지 석 달 연속 2.3%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3%에 달했던 수치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둔화한 것이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제약회사 페링제약 등 기업은 올해 들어 퇴사하는 직원이 줄었다고 밝혔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는 노동자들이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 3분기 성장률을 비롯한 미국의 경제 성적표는 양호하지만, 앞으로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인력 서비스 업체 아데코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 직장에 계속 다니겠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지난해 61%에서 올해 73%로 늘었다. 데니스 매추얼 아데코 최고경영자(CEO)는 "확실히 인력의 자연 감소가 줄고 있다"며 "거시 경제가 썩 좋지 않아서 노동자들은 (회사) 밖이 춥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고용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인 점도 한몫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9월 3.8%에서 지난달 3.9%로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1월(4%)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다.

자발적인 퇴사가 줄면서 미국 기업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은 퇴사·이직을 통한 기업의 인력 재배치가 한국보다 활발한 편이다. 페링제약의 퍼 테일러 인사 담당 부사장은 "이직이 있어야 성과가 높은 직원에게 승진 기회가 생기고, 유능한 새 직원을 영입할 수 있다"고 짚었다. WSJ은 "이직률이 급격히 낮아진 일부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프로젝트를 연기하거나 추가 인원을 감축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월가에서는 감원을 결정하는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날 CNBC는 현재 임직원이 24만 명인 씨티그룹이 최소 10%의 인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결정이 이뤄지면 월가에서 수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인원 감축이 된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몇 달간 정리해고를 진행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산토마시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퇴사자가 적어 내년에도 추가적인 퇴직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감원을 피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몸집 줄이기'로 선제적인 비용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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