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테크기업? 단순 부동산 임대였다…'62조원 가치' 위워크 몰락 [팩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위워크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위워크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한때 470억 달러(약 62조원) 가치로 평가받은 공유 사무실 기업 위워크(WeWork)가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에어비엔비, 우버 등과 함께 ‘공유경제 3대장’으로 불리던 위워크의 몰락에 2010년대 각광받았던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무슨 일이야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CNBC 등에 따르면 위워크는 이날 미국 뉴저지 파산 법원에 연방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위워크는 신청서에 지난 6월 말 기준 자산 150억 달러(약 19조 6320억원), 부채 186억 달러(24조 3436억원)라고 기재했다. 회사 측은 보도자료에서 “담보 채권의 약 92%를 보유한 채권자들과 구조조정 지원 계약을 체결해 회사의 기존 부채를 줄이고 구조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미국의 챕터11은 국내 법원의 기업 회생절차와 유사하다. 기업회생 분야 전문가인 이재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채무 이행을 중단하고 자산 매각, 출자 전환 등 회생계획(rehabilitation plan)을 세워 기업을 다시 살리는 걸 목표로 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위워크 창업자인 애덤 뉴먼. 중앙포토

위워크 창업자인 애덤 뉴먼. 중앙포토

위워크의 흥망성쇠

위워크는 2010년대 공유경제 및 벤처·스타트업 붐의 상징적 존재다. 창업자 애덤 뉴먼은 부동산 임대 사업에 공유경제 개념을 결합하고, 이를 기술 기업으로 포장하는 뛰어난 수완으로 벤처 투자 붐에 올라탔다. 상장 실패 후 회사에서 쫓겨난 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애플TV의 드라마 ‘우린 폭망했다’(WeCrashed)로 제작돼 화제가 됐다.

① 무료 맥주 제공하는 힙한 일터 : 애덤 뉴먼은 2010년 미겔 맥켈비와 위워크를 공동창업했다. 뉴욕 시내 핵심 지역 건물을 층 단위로 장기로 임대한 다음 이를 쪼개 공간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들에 단기 재임대 하는 방식. 공간을 빌리면 무료로 맥주와 커피를 제공하는 ‘힙한’ 일터에 스타트업들은 열광했다. 도시 중심가에 위치한 위워크에 입주하면 스타트업이 인재 채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지면서 위워크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으로 급성장했다.

② ‘마사’와의 만남 : 위워크는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과 만나면서 시원하게 자금 수혈을 받았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6년 말 손 회장은 위워크를 방문해 12분 간 둘러보고 애덤 뉴먼에게 자신과 함께 차를 탈 것을 제안했다. 당시 10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결성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던 손 회장은 차 안에서 ‘위워크에 44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손 회장이 “싸움에서 똑똑한 사람과 미친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 거 같냐”는 질문에 애덤 뉴먼이 “미친 사람”이라고 답변했고 손 회장이 “넌 아직 덜 미친 거 같다”고 답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③ 상장 실패, ‘기술 기업’이 아니었다 : 뉴먼은 손 회장 투자 유치 과정과 이후 이어진 상장(IPO) 준비 과정에서 위워크를 기술 회사로 포장했다. 위워크랩스 등을 만들었고 투자자들에게 “지금까지는 ‘I’(아이폰)의 시대였지만 앞으로는 ‘We’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애플과 위워크를 같은 반열에 올려놨다. 하지만 2019년 투자설명서(S-1)를 공개한 뒤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마지막 투자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470억 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자세히 뜯어보니 그만한 기업이 아니란 평가가 속출한 것. 2018년 매출 18억 달러에 손실 19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떨어졌다. 장기 임대한 부동산을 제대로 재임대하지 못하면 회사 손실로 잡히는 임대 사업의 한계였다.
당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같은 해 8월 ‘위워크는 기술회사가 아닙니다’라는 분석기사를 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기술 기업은 고객을 늘리는 데 추가 비용을 거의 들지 않고,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 서비스를 개선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이용자가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가 가능한데 위워크는 이 요건에 하나도 맞지 않는다는 것. HBR은 “위워크를 애플, MS, 구글과 같은 기술 회사 범주에 넣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9월 위워크 이사회는 상장을 연기했고 이후 애덤 뉴먼은 사퇴했다.

2017년 10월 포브스 표지에 나온 위워크 공동창업자 애덤뉴먼. 사진 포브스

2017년 10월 포브스 표지에 나온 위워크 공동창업자 애덤뉴먼. 사진 포브스

④ 창업자의 부도덕 : 위워크의 몰락을 부채질한 것은 창업자 뉴먼의 부도덕한 행태였다. 그는 자신에게 ‘We’라는 상표권이 있다며 회사로부터 로열티로 590만 달러를 받았으며, 자신 소유의 건물을 위워크에 임대하기도 했다. 자가용 제트기를 사는 등 방만 경영도 문제. 특히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복수의결권, 황금낙하산(적대적 인수합병에 대비해 경영진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항)을 활용해 17억 달러(약 2조 2295억원) 규모 보상을 받아 비판 받았다. 상장 무산 직후 위워크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는데 이를 초래한 당사자는 이득을 다 챙긴 후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⑤ 추락엔 날개가 없다 : 소프트뱅크의 지원으로 되살아난 위워크는 2021년 10월 SPAC(특수목적회사)을 통해 90억 달러 가치로 상장했다. 그러나 이전 상장 시도 당시 외형을 키우기 위해 장기로 비싸게 임대한 건물들은 두고두고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 된 데다, 고금리로 스타트업 창업이 줄어들자 위워크는 텅텅 비어갔다. WSJ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위워크는 39개국 777개 지점을 유지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2027년 말까지 약 100억 달러, 2028년부터는 추가로 150억 달러를 임대료를 내야 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게 왜 중요해

위워크의 파산 신청으로 공유 경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유효상 숭실대 중소기업 대학원 교수는 “본질은 단순 부동산 임대업이었고, 다른 기술 기업들과 같은 수익 모델이 아닌데도 투자자는 과대평가해서 투자했고 여기에 창업자의 ‘도덕적 해이’까지 겹쳐지면서 몰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