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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박근혜 사저 방문 “박정희시절 배울 점 국정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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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들어가시지요.”(박근혜 전 대통령),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정원이 잘 갖춰진 느낌이 듭니다.”(윤석열 대통령), “대통령님께서 오신다고 해 며칠 전에 잔디를 깨끗이 정리했습니다. 이발까지 한 거죠.(웃음)”(박 전 대통령)

7일 오후 윤 대통령이 대구시 달성군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했을 때 두 사람이 나눈 인사말이다. 현관 계단 아래에서 윤 대통령을 맞이한 박 전 대통령은 대문 안쪽에 재임 시절 정상외교를 했던 사진을 따로 전시해 뒀다. 그 한가운데에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 행사 후, 두 사람이 함께 오솔길을 걸어 내려오는 사진이 자리했다. 함께 길을 걷는 동반자임을 상징하는 바로 그 사진이다. 박 전 대통령은 그 사진을 가리키며 “대통령께서 좋은 사진을 보내주셔서 여기에 가져다 놓았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군 사저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과 산책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윤 대통령을 맞이하며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다. 들어가시죠”라며 사저 안으로 안내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군 사저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과 산책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윤 대통령을 맞이하며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다. 들어가시죠”라며 사저 안으로 안내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사진 대통령실]

취임 후 세 번째, 당선인 시절까지 포함하면 이번이 네 번째인 윤 대통령 대구행(行)의 하이라이트는 박 전 대통령과의 환담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1년5개월 만에 만났던 두 사람은 12일 만에 다시 한 시간가량 얼굴을 마주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밀크티를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농도까지 신경써 준비하고, 과일도 윤 대통령이 특히 좋아한다는 감과 배를 준비하는 정성을 보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정 운영을 되돌아보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창고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찾았는데, 읽어 보니 재미도 있고 어떻게 당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라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과거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그걸 다 읽으셨느냐”며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까 회의에서 애로사항을 듣고 바로 해결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상외교 활동과 대구 물 부족 사정에 관한 대화도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이 수소차에 관심을 표하자, 윤 대통령은 관련 산업 동향을 설명했다. 환담을 마친 두 사람은 잠시 사저 앞 정원을 산책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문밖 배웅을 윤 대통령이 간곡히 사양해 두 사람은 대문 계단에서 헤어졌고,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윤 대통령을 배웅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방문은 10·26 추도식에서 “조만간 찾아뵙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사저 방문 전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 축사에서도 “지난 4월 서문시장 방문 이후 일곱 달 만에 다시 대구에 오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로 행사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바르게살기운동의) 가짜뉴스 추방 운동이 우리의 인권과 민주정치를 확고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행사 뒤엔 칠성 종합시장을 찾아 “정부가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서민을 위해 쓰는 것은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을 떠나기 전엔 “상인분들과 악수하다 보니 손이 찬 분이 많아 안타까웠다. 상인 여러분이 혼자 고생한다는 생각이 안 들도록 따뜻한 정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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