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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급가속→제동 급반전…"내년 美 대선이 분기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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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7일 미시간주 클린턴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 및 공급업체인 드레이크 엔터프라이즈에서 연설하는 동안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반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과을 탈환하면 취임 첫 날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7일 미시간주 클린턴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 및 공급업체인 드레이크 엔터프라이즈에서 연설하는 동안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반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과을 탈환하면 취임 첫 날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AFP=연합뉴스

“백악관을 탈환하면 취임 첫날 인플레이션감축법(IRA)부터 폐지하겠다.”

장밋빛 전망에도 수요 못 만들어 #고금리로 전기차 매력도 떨어져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열린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집회에서 이렇게 공안했다. 내년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가뜩이나 성장세가 주춤한 전기차 시장에 찬바람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美 내년 대선 전기차 산업 분기점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내년 미 대선은 전기차 시장에 일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 후보가 백악관을 차지할 경우 친환경차 정책은 노선 변화가 예상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가 전동화로 가는 길을 가로막을 수 없겠지만 충분히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공장에 조(兆) 단위 투자를 하고 있는 K-배터리 및 전기차 기업은 ‘트럼프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전기차 확대는 광기의 산물”이라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정책을 맹비난했다. “전기차는 모두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미시간주의 위대한 자동차 산업은 사라질 것”이라면서다. 이어 “UAW가 일자리와 자동차를 지키려면 나에게 투표해야 한다. 나는 이런 광기의 정책을 즉각 멈추겠다”고 적었다. UAW가 주로 활동하는 미시간주는 자동차 생산기지이자,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경합 주(州)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0년 9월 전미자동차노조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대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0년 9월 전미자동차노조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대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장밋빛 전망에도 수요 만들지 못해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7월 글로벌 전기차 등록 대수는 737만 대로 전년 동기(522만 대) 대비 41.2% 늘었다. 하지만 2017~2022년 평균 성장률 49.5%보다 크게 꺾였다. EV볼륨스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순수 전기차+하이브리드) 판매 대수를 기존 1430만 대에서 1377만 대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올 1~9월 순수 전기차는 11만 5007대가 팔려 지난해 동기 대비해 2228대가 줄었다. 2021년 이후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올해가 처음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이같은 전기차 판매 실적에 대해 업계에선 각국 정부가 인프라 조성 없이 장밋빛 목표치만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보조금이 구호에 그쳤을 뿐 충분한 수요를 만들지 못했다는 얘기.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학계 관계자는 “보조금 정책은 이젠 한계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저가 전기차 등으로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신차의 50%로 확대한다고 했으나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는 5.8%에 그쳤다. 유럽연합(EU)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EU 내 자동차 업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 동탄점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을 하는 모습.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했다. 연합뉴스

이마트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 동탄점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을 하는 모습.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했다. 연합뉴스

고금리에 불황 겹쳐 전기차 매력 떨어져 

올해 초부터 이어진 고금리도 전기차 성장률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고태봉 센터장은 “집 다음으로 비싼 소비재가 자동차”라며 “고금리는 자동차 소비에 직격탄이다. 미국의 경우 할부와 리스가 전체의 84%를 차지하고 있는데 내연기관 대비 가격이 비싼 전기차는 직접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 1월부터 기준금리 3.25%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도 기준 금리를 5.25~5.50%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매력이 떨어진 것도 이유다. 중국과 영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독일과 노르웨이는 전기차에 지원하던 정부 보조금을 축소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이브리드 대비 가성비가 떨어지는 게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이라며 “여기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보조금을 낮추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이 느끼는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차종별 신차등록 대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유럽자동차공업협회]

유럽연합 차종별 신차등록 대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유럽자동차공업협회]

전기차 성장률 하락에 따른 후폭풍은 후방 산업에서 극명하다. 배터리 소재 업체인 에코프로는 이날 3분기 매출 1조9038억원(연결 기준), 영업이익 65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 영업이익이 2114억(1분기)→1703억(2분기)→650억원으로 잇달아 하락하고 있다. 배터리 동박 사업에 나선 SKC는 올 3분기 2차전지소재 사업에서 영업적자 130억원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소비자와 가까운 전방 산업에 속하는 완성차 기업은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확대하면서 실적 하락을 방어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내년 2분기부터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K-배터리를 위협하는 가운데 미 대선 등 정치적 이슈까지 더해져 내년부터는 업계 전반에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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