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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만성피로·무력감 낮춰…독일 겨우살이 효능에 주목”

중앙일보

입력

헬릭소 직원 파비안 야코비씨가 지난달 19일 독일의 겨우살이 식물인 미슬토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헬릭소

헬릭소 직원 파비안 야코비씨가 지난달 19일 독일의 겨우살이 식물인 미슬토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헬릭소

과수원에 들어서자 사과나무와 전나무 50여 그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여느 나무와 달리 새 둥지 같은 덤불이 굵은 가지 곳곳에 얽혀 있었다. 나무를 감고 있는 덤불은 영미권에선 미슬토(mistletoe), 독일에선 미스텔(mistel), 국내에선 ‘겨우살이’라고 부르는 사과나무와 전나무의 기생목(寄生木)이다.

항암 보조제 생산하는 헬릭소 독일 본사 르포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의 작은 마을인 로젠펠트에 있는 제약사 헬릭소(Helixor) 본사. 이곳에서 만난 파비안 야코비 헬릭소 매니저는 찻잎처럼 잎사귀가 두꺼운 미슬토의 가지 하나를 꺾어 보이며 “1년에 네 번 수확 철이 되면 미스텔이 높이 뻗은 나무를 타고 올라간다. 그 열매와 줄기, 새싹을 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적한 전원 마을에 자리 잡은 헬릭소는 회사 안에 사과나무 등의 수목원을 두고 미슬토를 기르고 있었다.

헬릭소에서 생산한 미슬토 추출물 주사제. 사진 헬릭소

헬릭소에서 생산한 미슬토 추출물 주사제. 사진 헬릭소

잎과 열매에서 쌉싸름한 맛이 나는 미슬토는 예로부터 독일 민간에선 종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남부 독일인들은 미슬토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거나, 말린 잎으로 허브차를 만들어 마셨다고 한다. 이렇게 쓰임새가 많은 미슬토에 유럽의 의료·과학자들은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다.

“미슬토로 암 환자 돕는 게 목표”

1975년 설립된 헬릭소는 미슬토 추출액을 이용해 연간 180만 앰풀의 ‘항암 보조용 주사제’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 라파엘 다인하르트 매니저는 “헬릭소는 1979년 비영리 단체로 전환한 뒤 이윤 추구가 아닌, 환자들의 인간적 삶을 위해 미슬토 주사제를 연구‧생산하고 있다”며 “치료 과정은 물론 치료 종결 이후에도 암 환자들을 돕는 게 우리 회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미슬토의 효과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 하벨회헤병원의 종양학 전문의인 하랄트 마테스 박사는 “미슬토는 전통 식물을 이용한 치료요법 가운데 독일에서 가장 많은 논문이 확보돼 있는 경우”라며 “항암 치료에 동반되는 만성피로와 무력감을 낮출 수 있는 효과가 학계에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한방에서도 ‘겨우살이’는 미슬토와 비슷하게 체온을 높이는 약재로 사용된다. 아르투어 마누키안 헬릭스 연구원(의학 박사)은 “미슬토에서 확인되는 1500여 개의 성분 가운데 특히 렉틴 등 4개 성분군이 암세포 억제와 면역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마르쿠스 스트룩 헬릭소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헬릭소는 ‘삶에 삶을 부여한다’는 기업 가치를 추구해왔다″고 말했다. 사진 헬릭소

마르쿠스 스트룩 헬릭소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헬릭소는 ‘삶에 삶을 부여한다’는 기업 가치를 추구해왔다″고 말했다. 사진 헬릭소

세계 시장의 30%…비영리 단체로 운영

하벨회헤병원에서 만난 리자 프로인트씨는 지난해 4월 간암 진단을 받은 후 항암 치료와 함께 미슬토 요법을 한 뒤로 “구토 증상과 피로감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일을 포기할 생각을 했지만 빠르게 치료를 마무리해 5개월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헬릭소는 전 세계적으로 3500만~4000만 유로(약 500억~570억원)로 추산되는 미슬토 주사제 시장에서 3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마르쿠스 스트룩 헬릭소 대표는 “헬릭소는 비영리 재단이 소유한 기업으로,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판매가격 상승을 억제하며 사시(社是)인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bringing life to life)에 걸맞은 기업가치를 추구해왔다”며 “미슬토 요법이 보다 대중화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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