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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 주는 '불량부모'…벌금으로 때워? 이젠 실형 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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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10년 결혼해 자녀 1명을 둔 남성 A씨는 2015년 이혼하며 매월 100만원의 양육비를 전 부인에게 지급하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A씨는 3년여 후인 2018년 4월 양육비 지급을 돌연 중단했고, 2020년 2월 법원으로부터 양육비를 이행하라는 명령마저 무시했다. A씨는 2022년 1월 법원으로부터 감치명령까지 받았지만, 그 이후로도 1년 동안 양육비를 주지 않다가 지난 3월 결국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A씨는 지난 9월 서울북부지법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제 A씨처럼 고의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불량 부모’들에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커졌다. 6일 대검찰청은 양육비 채무를 미이행하는 등 양육비이행법을 위반한 사건을 원칙적으로 기소한다는 내용의 사건처리기준을 전국 검찰청에 보냈다. 그간 양육비 관련 사건은 거의 대부분 벌금 등 약식 기소로 처리돼 아직까지 실형이 선고된 전례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제는 정식 기소를 원칙, 약식 기소를 예외로 삼겠다는 취지다. 양육비 미이행과 관련해 검찰이 정식으로 기소를 한 건 올해 1~9월 14명이 거의 전부다.

양육비이행법상 가정법원으로부터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하라고 명령받은 사람이 3회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일시금으로 지급 명령을 받은 사람이 30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감치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그로부터 1년 이내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의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실명 공개·형사처벌에도 양육비 안줘…檢 “원칙 기소”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2014년 3월 양육비이행법이 처음으로 제정되고 2021년 7월 형사처벌 규정까지 도입됐지만 미지급 사례는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가족부는 2021년 하반기부터 시행중인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의 명단(실명·나이·직업·채무액·주소 등) 공개 또는 출국금지,운전면허 정지 등 행정 제재를 받은 대상자도 2021년 하반기 27명에서 2022년 359명, 2023년 386명으로 늘었다.

검찰은 원칙적 기소에 더해 구형도 더 강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를 재판에 넘길 경우 양육비 미지급 금액, 미지급 기간, 이행 노력 정도 등을 고려해 처분하도록 했다”며 “또 양육비를 단 한 번도 준 적이 없는 경우나 재산이 충분히 있으면서 고의로 양육비를 주지 않은 사례,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고 재산을 은닉한 사례처럼 악의적 상황에 대해선 양형 가중요소로 고려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은 “처벌요건까지 이미 수년…그나마도 맹점”

여성의당과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020년 5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법사위 양육비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여성의당과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020년 5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법사위 양육비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현장에선 이같은 조치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형사처벌 요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양육비 지급 중단 시점부터 수년이 지나야 하는 점은 여전하다”며 “재판 기간까지 고려하면 이 기간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자녀들은 사실상 아동학대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는 상태에 놓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형사처벌 요건 중 하나인 ‘정당한 사유 없이 감치 명령을 무시한 양육비 미지급’의 경우 채무자가 ‘감치결정등본을 공시송달 받아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할 경우 기소 단계에서 이미 입증이 어려운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시송달은 피의자의 주소 등을 알 수 없어 소송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이를 법원에 보관하고 그 취지를 공고하는 것을 말한다.

형사처벌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3월 국회엔 ‘양육비 대(代)지급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돼 있다. 양육비 채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지급하지 않은 경우 국가가 대신 양육비를 지급하고 채무자에게 국세를 강제징수하는 것처럼 양육비를 되돌려받는다는 내용이다. 대표 발의자인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이 제시한 비용추계액은 향후 5년간 약 38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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