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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벤처 길어지는 위기…대기업 펀드로 돌파구 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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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삼성그룹 3개 계열사는 최근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L/S fund)’를 만들었다. 총운용 규모는 2400억원에 이른다. 삼성은 이를 통해 라이프 사이언스 분야의 신사업과 바이오 제약 선행 기술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해외 3곳과 국내 한 곳의 바이오 제약 분야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바이오 벤처 관련 투자 열기가 위축된 가운데 대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6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조6770억원 수준이던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 1조1058억원으로 33.7%가량 감소했다. 올해는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바이오 벤처 투자 금액 264억 달러(약 34조2600억원)뿐 아니라 유럽 40억 달러(약 5조2000억원), 중국 38억 달러(약 4조9300억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는 지속적인 자금 확충과 연구개발(R&D)을 위해서는 글로벌 빅 파마(Big Pharma·거대 제약사)의 등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이미 화이자·노바티스·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자체 벤처 펀드를 조성하고 초기 개발 단계의 유망 바이오 기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런 투자는 경기를 타지도 않는다. 프랑스 사노피는 2013년 출범한 사노피벤처스를 통해 50여 곳의 신약 개발사에 투자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만 10건의 신규 투자를 집행했다.

국내에도 이런 투자가 조금씩 싹트고 있다. 삼성뿐 아니라 SK도 지난 3월 그룹사의 역량을 동원한 ‘혁신신약 TF’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표적 단백질분해(TPD),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시장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발굴한다는 목표다. SK그룹 측은 “바이오 R&D와 관련 지속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도 롯데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지난 4월 항체·약물접합제(ADC) 기업인 피노바이오와 지분 투자 계약을 맺었다. 롯데 측은 “바이오 벤처 이니셔티브를 구축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투자를 단행한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이미 미래에셋과 함께 150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운용 중이다.

사실 대기업 입장에서 바이오 벤처 관련 투자는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될성부른 떡잎’을 빠르게 찾아내는 게 이제는 투자 성패에 결정적인 요인이 된 까닭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등이 대표 사례다. 이들 기업이 초기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메신저 리보핵산(mRNA) 관련 연구 개발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초창기 벤처 투자였다.

익명을 원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유럽 축구리그처럼 하위 리그가 단단해야 국내에도 빅 파마가 등장할 수 있다”며 “될성부른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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