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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만 찾던 강남 주부도 줄섰다…매출 230% 뛴 '못난이 채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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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킴스클럽 강남점에서 고객들이 시세보다 저렴한 오이와 애호박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 이랜드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킴스클럽 강남점에서 고객들이 시세보다 저렴한 오이와 애호박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 이랜드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김모(57)씨는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못난이 사과’를 카트에 담았다. 5개에 1만1000원대로, 일반 사과보다 30%가량 저렴했다. 김씨는 “사과는 매일 먹는 과일이라 요즘 가격이 비싸진 것을 확실히 체감한다”며 “지난달 못난이 과일을 처음 샀는데, 맛이 나쁘지 않아서 이젠 보일 때마다 사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 장기화에 전통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 3구에서도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을 찾는 주부들이 늘었다. 못난이 농산물은 모양이나 크기가 최상급은 아니지만 신선도와 맛, 영양 등 품질은 이상 없는 정상 상품을 말한다. 평소 객단가(인당 구매 금액)가 높은 상권일지라도 고물가 시기엔 ‘가격 중심’의 소비 패턴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6일 이랜드에 따르면 킴스클럽 강남점은 지난 9~10월 ‘쓸어 담는 실속 채소’ 기획을 열어 전년 동기 대비해 230%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반찬용 채소 15종을 시세 대비 최대 60%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다. 오이 700원, 파프리카 1000원, 새송이버섯(400g) 1300원, 애호박 1500원 등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하자마자 하루에 오이를 2400개 팔았다. 기존엔 하루에 약 300개를 판매했으니, 8배로 뛴 셈이다. 안경민 킴스클럽 강남점장은 “오후 3시 전에 준비한 물량이 동나 고객들이 아쉬워하기도 한다”며 “그동안 고급 포장지에 담긴 비싸고 좋은 채소를 고집하던 강남 상권에서도 가성비 채소를 선호하는 고객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롯데마트도 서울 서초구·송파구 점포 4곳에서 ‘B+급 농산물’의 올 1~10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0% 이상 올랐다고 밝혔다. 최근 9~10월만 보면 강남권 점포 4곳의 매출이 70% 증가해 전체 점포(30%)보다 신장률이 높았다. 롯데마트는 크기가 작거나 외관에 흠이 있는 B+급 상품을 ‘상생 농산물’이란 이름을 붙여 시세 대비 최대 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이번 주에는 지난달 말 내린 우박으로 피해를 본 ‘보조개 사과’를 100t 이상 들여와 절반 값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우박에 의한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당도 선별 기준은 일반 상품과 같이 적용한다. 김동훈 롯데마트 과일 상품기획자(MD)는 “과거 싼 사과는 쳐다보지 않던 강남권 점포 고객들이 달라졌다”며 “올해는 프리미엄급보다 못난이 사과를 더 찾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고객들이 '못난이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고객들이 '못난이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채소·과일은 가격 변동성이 높아 못난이 상품이 더 눈길을 끄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이상기후와 고물가 영향으로 가격이 치솟아 소비자 부담이 큰 상황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1~10월 생강(97%), 당근(33.8%), 양파(21.5%) 등 채소류 가격이 많이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사과 도매가는 10㎏에 5만~5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79.9~94.2% 오를 전망이다.

편의점 업계도 못난이 농산물 판매에 적극적이다. CU는 올 5월 못난이 채소 판매를 시작해 9월엔 과일로 제품군을 늘렸다. 출시 6개월 만에 전체 판매 물량은 20t을 넘어섰다. 못난이 농산물의 지난달 매출은 5월 대비 37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채소·과일 매출이 24.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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