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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사회공헌은 '백화점식'...“저출산 대응 등 선택과 집중해야”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과 택시기사, 무주택자, 청년 등이 참가한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과 택시기사, 무주택자, 청년 등이 참가한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고금리 장기화에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늘면서 ‘이자 장사’ 비판을 받아 온 은행들에 대한 사회공헌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기존의 ‘백화점식’ 사회공헌보다는 특정분야에 대한 집중지원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해 전년 대비 16.6% 늘어난 1조2380억원을 사회공헌활동에 지출했다. 2019년부터 해마다 1조원을 넘긴 데다 올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5대 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의 올해 상반기 사회공헌 지원 금액은 5315억3000만원으로 이미 작년 전체 지원액의 68%에 이른다.

지난해 은행권 사회공헌 활동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지역사회ㆍ공익 분야가 7210억원(58.2%)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서민금융 지원 3589억원(29.0%), 학술ㆍ교육 708억원(5.7%), 메세나(문화ㆍ예술ㆍ체육) 582억원(4.7%), 환경 196억원(1.6%), 글로벌 95억원(0.8%) 순이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사회공헌 분야가 다양하다보니 사업별 예산 규모가 크지 않고, 그만큼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은행은 재난재해 구호활동ㆍ스타트업 지원 등 25개가 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도 대동소이했다. 김상배 연구위원은 “공익사업의 경우 장학금ㆍ봉사ㆍ모금 및 기부ㆍ공공시설 확충 등 매우 다양한 분야이다보니 홍보 효과 이외의 실질적인 공헌 효과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자본시장 전문 잡지사인 ‘유로머니’가 수여하는 우수 은행상 중 ‘사회적 책임(CSR) 우수 은행’에 선정된 8개 은행의 경우 저마다의 확실한 관심사와 집중 분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여성 관련 시민사회 단체들과 연계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싱가포르 DBS 은행은 2020년부터 직장 내 음식물 배출 절감 등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Zero Food Waste) 캠페인에 집중하는 식이다.

소속 국가 및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케냐의 공정은행은 매년 수익의 2%를 모아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6억500만 달러(약 7865억원)의 사회공헌 기금을 마련했다. 주로 아프리카 지역의 산림파괴 방지를 위해 3500만 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ㆍ가정용 땔감 전환 사업 등을 추진했다. 에콰도르의 반코 피친차 은행은 국가의 주된 산업인 농축산업 지원을 위해 4개의 농업학교를 설립하고, 농업대출의 19%를 영세ㆍ저소득 농업 종사자에게 배분한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이 대동소이하다는 건 그만큼 관성에 젖어있다는 의미”라며 “장학금ㆍ이재민 돕기ㆍ금융교육 등 천편일률적인 활동에서 벗어나, 개별 은행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저출산ㆍ고령화에 집중 대응하거나 환경 문제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확대하는 등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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