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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김포의 서울 편입, 주민편익이 우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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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권경석 전 지방자치발전위원회 부위원장·리셋 코리아 지방자치분과장8

권경석 전 지방자치발전위원회 부위원장·리셋 코리아 지방자치분과장8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주민이 원할 경우 서울 생활권인 광명·구리·하남·고양 등 다른 도시의 서울 편입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수도권 부동산, 교통, 학교 진학과 서울의 도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메가톤급 정책 추진이라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요구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자신의 공약인 경기북도 설치를 추진하면서 제기됐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김포와 연결성이 낮은 경기북도 대신, 김포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할 뿐 아니라, 통학·경제·문화 생활권이 같은 서울로의 편입을 주장해왔다.

도쿄·베이징 등 메가시티 추진
행정 비효율 요소 최소화해야
국토 균형발전과 함께 추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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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가 서울로 편입되면 서울 서부권 배후 경제권을 발전시킬 수 있고, 김포의 해외 무역, 외국 투자, 관광 등이 서울의 자원이 될 수 있다.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탄력을 받고 ‘메가 서울 프로젝트’ 추진에도 힘이 실려 동아시아 허브 도시 경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김동연 지사는 “황당한 국토 갈라치기”, 민주당은 “수도권 표심을 흔들기 위한 총선용 졸속 정책”으로 폄하하는 반응을 보였다.

주요 언론은 ‘50년 만의 서울 확장, 지방 메가시티 조성과 함께 추진, 국토 균형발전 근간을 바꾸는 중대 사안이므로 신중하게 다룰 것’ 등을 주문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적 추세로써 지방자치단체들의 연합 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톈진·허베이 권역의 ‘징진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2015년 시작)이고, 프랑스는 파리 주변 131개 코뮌(기초자치단체)을 함께 묶는 ‘그랑 파리 메트로폴’을 설치(2010~2015년)했다. 세계 지방 도시들의 ‘메가시티프로젝트’ 사례는 일본 오사카 중심의 ‘간사이 연합’과 중국 상하이 주변 도시 연합체인 ‘장강 3각주 일체화 계획’이 대표적이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타당성을 살펴보자. 첫째, 이는 지방자치단체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사항으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기본 원칙에 부합한다. 관련 법령상 지자체 행정 관할 구역 조정은 ‘지리적 여건과 생활·경제권 등을 고려해야 하고, 행정 효율화와 주민 편익 증진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둘째, 수도권 내부 시·도 간 경계 조정을 통해 행정 관할 구역과 주민 생활권·경제권의 불일치로 초래되는 주민 불편·부담과 행정 비효율을 해소하고자 하는 ‘자구 노력’이다. 수도권 총인구와 면적은 변함이 없고, 비수도권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서울 인구가 감소해온 상태에서 편입된 도시 인구만큼 증가한 경우를 두고 ‘50년 만의 서울 확장’ 또는 ‘국토 균형 발전 저해 사안’으로 보는 견해는 사안의 본질에 대한 오해로 판단된다.

셋째, ‘주민이 원할 경우’ 주변 도시의 서울 편입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주민 편익 개선과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자구 노력을 그 누구도 막을 명분이 없다. 외국의 수도권 연합 거버넌스 구축 사례는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아 직접 적용은 부적절하다. 다만 행정체제 효율화 측면에서 일본의 메가시티 도쿄의 행정계층구조(특별구-시-정-촌으로 구성)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넷째,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 살리기는 국가 사활의 과제이다. 권한·인재·자원의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이 대책이지만 역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주목받아온 지방 시·도 연합 프로젝트도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담은 정책 과제로써 ‘분권형·지방 주도형 4대 특구 운영’을 비롯한 역점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지방의 기업·교육·의료·문화 콘텐트의 질적·양적 발전을 위한 파격적 지원의 제도화 방안을 제시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구호나 명칭이 아니라 실천이다. 지방에 권한을 주되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수도권과 지방이 서로 경쟁·협력하여 동반성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백화점식 정책 나열은 낭비다. 권역별 거점 도시 중심의 선택과 집중이 최선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경석 전 지방자치발전위원회 부위원장·리셋 코리아 지방자치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