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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취하는 술 줘"…'기안84 소주' 한달만에 7만병 팔린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에 사는 30대 초반 직장인 정모씨는 최근 친구들과 만나면 소주 한 병, 맥주 두 병을 시키는 대신 메뉴판에서 다른 술 종류를 살펴본다. 정씨는 “강남에서 만나면 소주, 맥주 한 병씩만 시켜도 1만5000원인데 맥주 추가 주문을 생각하면 일품진로나 화요 같은 ‘맛있는’ 소주를 시키는 게 낫다”며 “도수가 높아 양을 많이 먹지 않으니 생각보다 소맥 값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소주로 건배하고 있다. 중앙포토

직장인들이 소주로 건배하고 있다. 중앙포토

직장인들이 즐기는 소주·맥주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알성비(알코올 가성비)’를 따지는 수요가 늘고 있다. 비슷한 돈이면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을 많이 마시기보다는 ‘특별한 한 잔’을 찾는다는 얘기다. 이에 점점 내려가던 소주 도수도 다시 올라가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프리미엄 소주 제품인 일품진로와 화요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일품진로 매출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전년 대비 67%, 78% 늘었다. 화요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41%, 70%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역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철수했던 기업들도 ‘고도주’ 다시 노크 

일품진로는 25·30·43도, 화요는 17·25·41·53도 등으로 도수가 다양하다. 가장 인기인 25도 제품은 일반 식당 등 업소에서 2만5000~3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화요를 생산하는 광주요 관계자는 “가격이 비싸 예전에는 고객 연령대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MZ 세대 등 젊은 층이 많이 찾는다”며 “토닉워터를 섞지 않고 그냥 얼음에 섞어 마시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증류식 소주인 일품진로 23년산 생산 시 쓰는 나무통 숙성실. 사진 하이트진로

증류식 소주인 일품진로 23년산 생산 시 쓰는 나무통 숙성실. 사진 하이트진로

가수 박재범이 내놓은 24도의 원소주 스피릿 소주를 독점 판매하는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원소주·일품진로·화요 등 도수가 높은 증류식 소주 매출이 전 분기와 비교해 12.6% 증가했다. GS25 관계자는 “지난해 원소주가 열풍을 일으켰음에도 올해 성장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증류식 소주의 인기가 식지 않자 주류 업계는 신제품을 내놓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 CU는 지난 달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22도의 증류식 소주 ‘동해 22’를 선보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7월 나무통 숙성 원액을 넣은 43도의 ‘일품진로 오크43’을 출시했다. 2016년 증류식 소주 ‘대장부’를 선보였다가 5년 만에 생산을 중단했던 롯데칠성음료 역시 최근 증류식 소주 시장 재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 지역 한 업소 냉장고에 여러 종류의 소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 맥키스컴퍼니

대전 지역 한 업소 냉장고에 여러 종류의 소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 맥키스컴퍼니

도수 확 낮춰 ‘소맥’ 없애겠다는 곳도 

신세계L&B는 ‘푸른밤’ 소주를 내놨다가 철수한 지 2년여 만인 지난 9월 24도짜리 희석식 소주인 ‘킹소주24’를 40만 병 한정 수량 출시하며 소주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이 제품은 인기 웹툰 작가이자 방송인인 기안84가 라벨 디자인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신세계L&B에 따르면 킹소주24는 출시 한 달 만에 7만 병이 판매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불경기에 대응하기 위해 6병에 9900원이라는 파격가로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며 “소주·맥주 가격 인상으로 같은 값이면 더 취하는 술을 찾는 알성비가 다시 중요해짐에 따라 기획한 제품으로 재미 요소를 더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소주 도수를 확 낮춰 맥주와 섞을 필요 없게 한 제품도 있다. 대전·충남 지역 소주 업체인 맥키스컴퍼니는 지난 3월 국내 최저 도수 소주인 14.9도의 ‘선양’을 선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맥주 없이 소주만 깔끔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마트·편의점·슈퍼마켓 등에 납품하는 등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오는 17일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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