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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짧게 해달라"에도, 이재명 또 셀프변론 "유동규가 속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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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 FC 재판에서 또다시 ‘셀프 변론’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이 날 공판은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특혜 및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에 대한 검찰의 서증 조사로 진행됐다. 서증 조사는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검찰이 증거가 되는 문서를 법정에서 설명하는 절차다. 통상 조용히 피고인 측의 관망 속에 진행되는 절차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 대표는 4시간여 진행된 ‘위례 개발 비리’ 의혹 서증 조사 직후, 직접 반박에 나섰다. 이 대표는 “검찰이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이 성남시가 성남 도시개발공사(성남 도개공)에 위임한 사무니깐, 마치 도개공이 성남시에 보고의무를 갖고, 성남시장이 최종 승인을 한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며 “그런데 위례 사업은 성남시가 아예 넘겨줘서 도개공이 자체적으로 한 사업이지 성남시 사업을 대리 또는 위탁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짧게 해달라. 지난 재판 때 30분 말씀하셨다”,“5분 이내에 진술 끝나냐” 등 독촉했지만 이 대표의 발언은 8분여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유동규 전 도개공 기획본부장 등이 이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해도 됐는데 굳이 복잡한 공모 경쟁절차를 거친 것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저를 속이기 위해서다”며 “만약 제가 민간 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와 유착해서 결탁했으면 조용히 수의계약을 해주고 넘어갔으면 됐을 일”이라고도 했다.

 이날 검찰의 서증조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이 대표의 변호인단이 검찰이 관련 증거를 빼 들 때마다 “설명과 주장을 혼동하지 말라”며 거세게 항의하면서다. 검찰이 성남 도시개발공사(성남 도개공) 정관상 ‘주요 사업 내용 및 의사 결정을 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문구를 놓고 “결국 위례신도시 사업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승인 아래 도개공이 대행하게 한 사업”이라는 해석을 더 하자 이 대표 측은 “단순한 증거 설명을 넘어선다”고 반발했다.

검찰이 도개공이 발주했던 ‘위례 개발 사업 타당성 연구용역’을 “(당시 도개공이 용역 예산이 없어 성남시에 손을 벌렸을 정도로)타당성 조사조차 성남시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할 때에도 이 대표 측은 “시에서 발주했던 용역은 별개로 있는데 착오한 것 같다.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고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또 검찰이 성남시·도개공·한국토지주택공사(LH) 업무협약 4차 회의에 대해 “성남시 도시개발단장이 이 대표나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실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홀로 업무협의를 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하자, 이번엔 공동피고인인 정 전 실장 측이 나서 “그건 증거 요지도 아니고 내용도 아니데, 쓰여 있는 내용만 하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 대표 관련 서증조사인데 정 전 실장 변호인들이 절차 이의제기하시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4월 21일 오후 보석으로 석방돼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4월 21일 오후 보석으로 석방돼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실랑이는 서증조사 내내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단이 증거에 대한 판단이나 해석은 다를 수 있다”, “하나하나 지적하면 진행이 안 되니 추후 변호인 측에 반대 의견 진술 기회를 드리겠다”고 중재하려 했지만 변호인 측은 말을 듣지 않았다. 검찰은 “현장에서 압수한 칼을 증거로 제시할 경우, ‘이것은 칼이다’, ‘디스 이즈 칼’이란 설명으로 끝나야 하냐”며 “살인 사건이라면, 이 칼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피고인이 들고 피해자를 이것으로 찌른 것입니다’ 등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검찰을 빤히 응시하거나, 서류를 뒤적거렸다. 재판이 잠시 휴정했을 때도 자리를 이석하지 않고 변호인단과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나눴다.

이날 공판은 재판부가 지난달 30일 백현동 사건을 대장동··위례·성남 FC 재판에 병합한 뒤 열린 첫 재판이다. 이 대표 측은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검사 사칭 위증 교사’ 사건까지 이 재판에 병합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반면 검찰은 “위증 교사 건은 대장동·백현동과는 완전히 다른 사건으로, 병합하지 말고 신속히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날 “병합 여부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기는 하나, 위증 교사 사건 관련 별도 공판 준비기일을 열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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