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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침 묵상

“겸손은 신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와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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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고진하 시인·목사

고진하 시인·목사

거실에서 청소기를 돌리다 보면 성공회 신학자인 매튜 폭스의 이 잠언이 떠오르네. 신과의 깊은 접속을 안내하는 강렬한 현대적 비유지만 겸손에 이르는 과정이 어디 그렇게 쉽던가. 깊이를 알 수 없는 신성의 가장 높은 부분을 수용해야 하고, 겸손의 심연인 저 바닥까지 나를 낮추어야 하니까.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 나를 낮추고 진심으로 상대를 존중할 때 우리는 사람을 얻을 수 있네. 그러나 겸손이 지나쳐 그것이 위선으로 느껴지면 사람을 잃을 수도 있지.

고진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