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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커는 “쇼핑보다 체험”…면세점도 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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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세계면세점이 오프화이트와 협업한 팝업 스토어에서 선보인 자체 캐릭터 ‘바니’. [사진 각사]

신세계면세점이 오프화이트와 협업한 팝업 스토어에서 선보인 자체 캐릭터 ‘바니’. [사진 각사]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재개됐지만 면세 업계는 기대했던 ‘유커(游客·단체관광객)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여행사를 통한 대규모 관광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데다 최근엔 쇼핑보다 체험을 즐기는 경향이 뚜렷해져서다. 면세점들은 자체 캐릭터를 출시해 눈길을 끌고 지역 맛집과 협업하는 등 생존전략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일 신세계면세점은 자체 제작 캐릭터 ‘폴과 바니’를 공개했다. 이 중 바니가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와 협업해 이달 말까지 서울 중구 본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다. 한정판 상품을 판매하고, 대형 바니와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을 선보인다. 이달 중 폴과 바니의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달 리뉴얼 오픈한 롯데면세점 제주공항점. [사진 각사]

지난달 리뉴얼 오픈한 롯데면세점 제주공항점. [사진 각사]

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을 면세점에 방문하게 하기 위해 단독 상품과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는 유커들에게 면세점이 ‘필수 쇼핑 코스’가 아니어서다. MZ세대 유커 사이에서는 시내 면세점이 있는 서울 명동보다 소셜미디어(SNS) 핫플레이스인 성수동, 홍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예전처럼 고가 화장품을 싹쓸이하는 모습도 줄어들면서 중저가 브랜드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올해 50여 개 K-뷰티 브랜드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미 40개 이상 중저가 브랜드가 입점을 마쳤다. 젊은 층과 외국인 방문 빈도가 높은 핫플레이스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브랜드 유치를 진행 중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문화와 경험을 즐길 수 있는 브랜드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수는 63만803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해 287.4%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34.6% 줄었다. 신라면세점은 올 3분기 영업적자 16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8월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허용 이후 기대가 컸지만 아직 침체 분위기”라며 “최근에는 20·30대 위주의 중국인 개별 관광객(산커)이 많아 객단가(인당 평균 구매액)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중국 단체관광 전세기 재개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3일부터 중국 서부항공은 주 2회 제주~정저우 노선 전세기를 운항한다. 중국 단체관광 전세기가 재개되는 것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6년 10개월 만이다. 정저우에 이어 허페이, 푸저우 등 전세기 노선도 이달 중 운항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전세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최근 ‘잔망루피’ ‘체이싱레빗’ ‘후아유’ 등 브랜드를 선보였다. 중국 MZ세대가 많이 찾는 브랜드들이다. 또 제주 지역 주요 식당·관광지와 연계 할인을 시작했다. 맛집 방문 시 면세점 쿠폰을 증정하는 등 연계 할인으로 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기 재개는 중장년층과 같은 구매력이 큰 실질적인 유커가 돌아온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귀환이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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