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태국인 ‘#한국방문금지’…깐깐한 입국심사 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 태국 여성은 X(엑스)에 “한국을 네 번이나 방문했고 왕복 항공권 등 조건을 갖춰도 입국을 못했다”고 썼다. [사진 X 캡처]

한 태국 여성은 X(엑스)에 “한국을 네 번이나 방문했고 왕복 항공권 등 조건을 갖춰도 입국을 못했다”고 썼다. [사진 X 캡처]

태국 여행객들이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엄격한 입국 심사 때문에 한국 방문을 기피하고 있다는 현지 매체 보도가 나왔다. 현지 매체들은 “엄격한 심사는 불법 노동자들 때문인데 그 피해를 합법적인 관광객들이 보고 있다”면서 “한국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세타 타위신 총리는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마친 후 “한국 출입국관리소에 의해 태국 국민이 지속해서 추방되는 문제를 정부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여러 인플루언서를 포함한 태국 네티즌들은 X(엑스)에 “한국 입국이 거부됐고 추방당했다”는 부정적인 경험을 공유한 게시글을 잇따라 올렸다. 이로 인해 엑스를 이용하는 태국 네티즌들 사이에선 #แบนเที่ยวเกาหลี(한국 방문 금지)라는 해시태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7일엔 태국 X 트렌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해당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한국 입국 심사에서 거절당해 추방됐다거나 면접실로 끌려갔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태국 네티즌들의 글을 볼 수 있다. 조회 수 100만 회를 훌쩍 넘는 한 네티즌의 글에는 “한국은 K팝도 있고 정말 번영하는 곳이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뒤처져 있다” “한국 사람들은 태국 사람들에 대해 인종차별적”이라는 등의 부정적인 내용이 담겨 있기도 했다.

급기야 세타 타위신 총리는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급기야 세타 타위신 총리는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방콕포스트는 2일 오전 기준으로 조회 수가 930만 회 돌파한 한 여성 네티즌의 글을 집중 조명했다. 이 여성은 “한국을 네 번이나 방문했고 왕복 항공권, 호텔 예약 등의 입국 조건을 갖췄음에도 최근 입국을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현재 2만2000회 넘게 재게시됐다.

방콕포스트는 “태국 네티즌들은 한국 출입국관리사무소가 태국 국민에 차별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고 그런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입국한 태국인 중 상당수가 농업·숙박업·제조업 등에 불법 취업하는 경우가 많아 생긴 일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전했다.

태국 유력 영문 일간지 더 네이션도 ‘사랑에서 미움으로, 태국인이 한국에 등을 돌린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불법 입국자들로 인해 (한국에 입국하려는) 태국인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더욱 악화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Phi Noi’(피노이, 작은 유령)라고 불리는 불법 노동자들이 감시망을 피해 숨어 있는데 그 수가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로 인해 합법적인 태국 관광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태국의 1세대 래퍼로 꼽히는 조이 보이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 댓글로 “사람들은 꿈의 목적지인 한국에 방문하기 위해 이미 티켓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에 입국 허가를 받지 못했을 때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이 해결책을 찾아주길 바란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관광공사는 방콕포스트에 “주태국 한국대사관 및 한국 전자여행허가(K-ETA) 감독기관에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2023년과 2024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태국 관광체육부가 체결한 상호 방문의 해다. 태국인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 해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57만 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태국여행업협회(TTAA)에 따르면 한국은 태국인의 인기 해외여행 목적지 2위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방한 태국인은 4만3084명으로, 2019년 3월과 비교해 81.1%까지 회복됐지만 7월과 8월에는 회복률이 50%대로 떨어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