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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지키자"…남·여 구분 않는 '포괄적 맞춤법' 금지 법안 나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총리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총리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에서 남성명사와 여성명사를 구분하지 않는 ‘포괄적 맞춤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 르피가로에 따르면 프랑스 상원은 지난달 30일 행정 문서 등에서 성 중립 표기를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사용 설명서나 고용 계약서, 회사 내부 규정 등이 대상에 포함된다.

우파 공화당(LF)의 파스칼 브루니 상원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소위 ‘포괄적 맞춤법’의 남용으로부터 프랑스어를 보호”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프랑스어는 성(性)과 단수·복수를 구분한다. 예를 들어 남성 점원은 vendeur(방데르)로, 여성 점원은 vendeuse(방듀스)로 달리 표기한다. 형용사도 뒤따르는 명사의 성과 수에 일치시킨다. 통상 여성 형용사 끝에는 알파벳 ‘e’가 붙는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이런 철자법이 성차별적이라는 문제의식이 부상하며 성별 구분 없는 ‘성 중립’ 표기법이 차츰 확산해 왔다.

가운뎃점을 찍어 남녀 형을 함께 표기하거나, 남녀 형을 합쳐 신조어를 만드는 식이다. ‘그(il)’와 ‘그녀(elle)’를 합쳐 ‘iel’로 표기하는 게 대표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도 성 중립 표기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빌레르 코트레’ 지역에 국제 프랑스어촌을 개관하면서 “프랑스어에서는 남성형이 중성의 뜻을 나타낸다. 단어 사이에 점이나 연결부호(-)를 덧붙일 필요가 없다”며 “시류에 굴복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반면 국회가 표기법까지 정할 일은 아니라거나, 언어의 진화 가능성을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당의 얀 샹트렐 상원의원은 이번 금지법안이 “위헌적이고 시대 역행적”이라고 비판했다.

상원을 통과한 성 중립 표기 금지 법안은 하원 심사를 거쳐야 한다. 다만 하원 내 우파 비중은 상원보다 적어 최종적으로 법안이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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