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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전임 10배 늘리고, 제네시스 받아타고…'타임오프 위법' 39개소 적발

중앙일보

입력

이성희 노동부 차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영과 '운영비 원조'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영과 '운영비 원조'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공기업과 공공기관, 민간기업 30여곳에서 노조 전임자를 편법으로 몇배 늘리거나 사측이 노조 간부에게 제네시스 등 고급 차량을 지원하는 등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의 타임오프 제도 기획근로감독 중간결과를 2일 발표했다. 점검 대상 62개소 가운데 62.9%인 39개소에서 타임오프 위법사항 적발됐다. 유형별로 근로시간 면제 한도 초과 및 위법한 운영비원조 등 부당노동행위 36건, 위법한 단체협약(단협) 11건, 단협 미신고 8건 등 총 62건의 위반이 나타났다.

타임오프는 노사 교섭, 노동자 고충 처리, 산업안전 등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노조 전임자에게 사측이 근로시간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급여를 받으면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단, 면제 시간과 인원은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해 한도가 정해진다. 예컨대 조합원 수 99명 이하 노조는 최대 2000시간 이내에서, 조합원 수 1만5000명 이상 노조는 최대 3만6000시간 이내에서 근로시간을 면제받을 수 있다. 만일 법상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해 급여를 지급한 경우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해당한다.

서교공이 쏘아올린 공…타임오프 1만8000시간 초과

서울교통공사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노조 타임오프 관련 지적

서울교통공사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노조 타임오프 관련 지적

대표적으로 서울교통공사는 면제자를 사후승인하는 방식으로 인원 한도(32명)의 약 10배를 초과한 311명에게 타임오프를 부여했다. 타임오프 면제자는 사전에 지정돼야 한다. 또한 일부 근로시간만 면제받을 수 있는 파트타임 면제자 4명은 사실상 풀타임(전임자)처럼 활동했고, 또 다른 파트타임 면제자 181명은 노조 활동을 했는데도 면제시간을 차감받지 않는 등 시간 한도를 약 1만8000여 시간 초과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 내부에선 일부 노조 간부들이 파트타임 면제자인데도 아예 출근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직접 자체 감사에 착수했고, 고용부도 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타임오프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중앙일보 5월 22일자 1·8면〉 서울시도 지난 9월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5개 산하기관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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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식의 타임오프 편법 운영도 적발됐다. A공공기관은 노사가 ‘이면 합의’ 거쳐 면제시간(1만2000시간→1만3346시간)과 인원(12명→27명) 한도를 초과해 운영했다. B자동차부품제조업체는 면제 한도를 전체 사업장이 아닌 공장별로 운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 4000시간 한도를 무려 3만1472시간이나 편법으로 늘렸다. C공공기관은 면제자의 연 소정근로시간을 임의로 줄여 편법으로 면제시간을 부풀리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노조에 10억원 원조하고, 고급차 10대 지원하고

사측이 노조에 대해 직접적인 운영비를 원조해준 사례도 나타났다. 이 역시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한 자동차부품제초업체는 제네시스·그랜저 등 고급승용차 10대와 렌트비 약 1억 7000만원을 노조에 지원했고, 연 7000만원의 유지비와 면제자 직책수당까지 얹어줬다. 자동차부품제조업체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노조에 노조사무실 직원 급여, 간부직책수당, 차량, 노조 활동 지원비 등 총 10억4000여만원의 운영비를 원조했다.

단협에 타임오프 제도에 위법한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한 지방공기업은 법상 면제 인원 한도인 3명을 초과해 위원장·부위원장·사무국장·회계감시위원 등 4명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단협에 넣었고, 모 대학교는 노조사무실 직원 급여를 지원해줄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이외에도 단협을 신고하지 않거나 비면제 업무를 유급처리한 사례도 발각됐다.

고용부는 이달 말까지 140개소 대상으로 추가적인 근로 감독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해당 사업장에 시정지시를 하고, 불응할 경우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부과 등 엄정조치 예정”이라며 “공공부문에 대해선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 위법·부당한 관행이 신속히 시정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측 부당노동행위인데…노동계 “사실상 노조 공격”

타임오프 위반 시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측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만, 노동계에선 ‘사실상 노조에 대한 공격’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재 타임오프 한도결정과 고시는) 노사관계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단협 체결 경위, 노조 활동 현황,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의사는 확인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따지는 것은 노조 공격 목적의 근로감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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