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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민간인 신음에 고민하는 미국…바이든 “일시 중지 필요”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노스필드의 한 농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노스필드의 한 농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지상전 본격화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의 피해 참상이 전해지면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더욱 곤혹스런 입장에 몰리고 있다.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을 폭격해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국제사회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인질 석방을 위한 일시적인 교전 중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차기 대선 캠페인 리셉션에서 “일시 중지(pause)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잡힌) 포로들을 구출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약 200명의 청중 가운데 한 명이 “나는 랍비로서 대통령이 지금 당장 휴전을 촉구해 주기를 원한다”고 하자 나온 말이었다. 이 참석자는 “지금 휴전하라”(ceasefire now)를 외치다 보안요원들에 의해 끌려나갔다.

“이스라엘에도 무슬림 세계에도 매우 복잡”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중동 사태와 관련해 “이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복잡하다. 무슬림 세계에서도 엄청나게 복잡하다”며 자신은 처음부터 ‘두 국가 해법’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책으로 팔레스타인을 하나의 독립 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공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사실 하마스가 테러 조직이라는 것이 문제”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이날 연설에서 “미국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스라엘이 테러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할 것이고 이스라엘은 이를 민간인 보호를 우선하는 국제 인도주의법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민촌 폭격에 유엔 총장 “민간인 살해 규탄”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가자지구 민간인 밀집 지역에 사전 경보 없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는 논란 속에 주변국은 물론 일부 서방 국가에서도 “이스라엘의 잔학행위”라며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서 현지인들이 1일(현지시간) 사상자 수색 활동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서 현지인들이 1일(현지시간) 사상자 수색 활동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많은 기자가 가자지구 자발리아 캠프 폭격에 대한 반응을 물어왔다”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여성과 아동 등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는 행위를 포함해 가자지구의 폭력 사태가 격화하고 있는 것에 경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민간인 살해에 대해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스라엘 공군이 사전 경고 없이 대규모 폭격을 한 데 대한 국제사회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난민촌 공습에 따른 수많은 민간인 사망과 파괴 규모로 볼 때 우리는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공격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번 일로 볼리비아가 이스라엘과의 단교를 선언하고 요르단ㆍ콜롬비아ㆍ칠레가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한 데 이어 프랑스는 성명을 내고 “매우 심각한 숫자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나온 데 대해 애도와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을 두고는 “이스라엘이 이전과는 달리 글러브를 안 끼고 때리는 마구잡이 전술로 돌아선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도 나왔다.

블링컨 이스라엘행…“민간인 희생 논의”

미 백악관은 여전히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민간인 보호’를 원론적으로 강조하는 기존 대응을 되풀이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이 난민촌 공습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우려를 표명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이스라엘과의 모든 대화에서 민간인 희생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당부를 빼놓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전쟁 2단계’ 수행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 정부 당국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 필요한 안보지원 패키지 처리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 필요한 안보지원 패키지 처리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일 이스라엘 방문길에 다시 오르는 것도 민간인 희생 최소화 방안 논의에 초점이 맞춰 있다고 한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2~1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요르단, 암만, 일본 도쿄, 한국 서울, 인도 뉴델리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의 이스라엘ㆍ요르단 방문과 관련해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민간인 사망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주의를 다할 필요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개전 이후 지난달 12일 이스라엘을 처음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과 만났고 인접한 중동 국가들을 순회 방문한 뒤 같은 달 16일 다시 이스라엘을 찾았었다.

중동 지역에 이은 한국ㆍ일본ㆍ인도 방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지역 분쟁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우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오는 8~9일 한국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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