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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GO] 조선 공주의 웨딩드레스, 활옷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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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 숙제를 해야 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에는 조선 왕실의 여인들이 입었던 웨딩드레스, 활옷을 보러 갑니다.

새색시는 언제부터 활옷을 입었을까

전통 혼례 때 새색시가 입는 예복을 흔히 활옷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 웨딩드레스라 할 수 있는 활옷은 언제부터 입었을까. 그 기원을 알 수 있는 전시 ‘활옷 만개(滿開): 조선왕실 여성 혼례복’(이하 활옷 만개)이 서울시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공주·옹주·군부인(왕자의 부인) 등 왕실 여성들의 활옷 9점을 포함한 관련 유물 총 110여 점을 통해 1부에서는 왕실 여성들의 의례복·혼례복과 그에 관한 왕실 문화를, 2부에서는 활옷의 제작 과정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소장 활옷의 보존 처리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의 활옷은 현재까지 전하는 활옷 중 유일하게 착용한 사람과 제작 시기가 밝혀진 사례다. 국립고궁박물관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의 활옷은 현재까지 전하는 활옷 중 유일하게 착용한 사람과 제작 시기가 밝혀진 사례다. 국립고궁박물관

활옷은 조선의 공주·옹주·군부인 등이 전통 혼례의 여러 절차 중 오늘날 결혼식에 해당하는 동뢰연에서 입었다. 왕실의 혼례복으로 ‘대홍단자겹장삼’을 준비했다는 『세조실록』의 기록을 통해 조선 전기부터 홍장삼(紅長衫)을 입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지현 학예연구사가 “활옷이란 명칭은 근대의 국문소설·신문기사 등에 등장하지만, 조선 왕실 기록에 나타나진 않고, 왕실에서는 장삼·홍장삼이란 표현을 썼다”며 “장삼은 우리 고유의 복식 전통을 계승한 옷으로 긴 저고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양식 웨딩드레스가 대부분 흰색인 것과 달리, 활옷은 주로 왕실에서 쓴 귀한 대홍색(붉은빛) 비단 위에 행복을 기원하는 각종 길상무늬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장삼 중에서도 홍장삼이 활옷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는 이유다. 활옷을 비롯한 조선왕실 복식에 사용한 색은 저마다 의미가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활옷의 몸통 부분인 앞길·뒷길과 팔 부분인 소매의 겉감 바탕은 홍색이고, 안감은 청색인데, 이러한 청홍의 대비는 양과 음, 즉 남녀의 결합을 뜻한다. 색깔뿐 아니라 자수와 금박에도 각각 의미가 있다.

조지현(맨 오른쪽) 학예연구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활옷의 개념·역사·제작과정과 손상된 활옷의 보존 과정 등을 설명했다.

조지현(맨 오른쪽) 학예연구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활옷의 개념·역사·제작과정과 손상된 활옷의 보존 과정 등을 설명했다.

박지영 학예연구사가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유물 중 하나로 1830년 제작된 복온공주홍장삼을 꼽았다. 순조의 둘째 딸인 복온공주가 혼례에 착용했던 활옷으로, 부마 김병주의 집안에서 대대로 잘 보관해 현전하는 활옷 중 유일하게 제작 시기와 착용자가 명확하게 밝혀진 사례다. 복온공주 활옷엔 모란·연꽃을 비롯한 다양한 화초가 가득 수놓아졌다. 모란은 부귀, 연밥을 품은 연꽃은 자손의 번창, 복숭아·영지는 장수, 짝지어 날아다니는 새는 부부의 화목 등을 의미하며, 활옷에서 자주 보이는 자수 문양이다. 궁중 자수는 왕실 화원이 자수의 밑그림을 제작하고, 바느질·자수를 하는 장인인 침선장·침선비가 그 도안을 바탕으로 자수를 놓았다. 복온공주의 활옷은 자연스러운 천연 염색 색실을 이용해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자수가 특징이다.

활옷에는 금박으로 무늬를 찍는 부금(付金) 장식이 들어가기도 했다. 현전하는 활옷 중 복온공주홍장삼과 해외 기관 소장 활옷 두 점에서 원앙·봉황·문자무늬 등의 부금 장식이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부금은 가장 마지막에 이뤄지는 공정으로, 금색실로 무늬를 만드는 직금(織金)보다 내구성은 약하지만, 제작 방식이 비교적 수월하다.

왕실에서 하나의 활옷이 제작되려면 상의원 등 여러 관청과 장인을 중심으로 재료 조달과 각 작업의 세분화 과정이 필요했다.

왕실에서 하나의 활옷이 제작되려면 상의원 등 여러 관청과 장인을 중심으로 재료 조달과 각 작업의 세분화 과정이 필요했다.

활옷 제작에 대해 조 학예연구사는 “『세조실록』에 세조가 상의원에 조카인 구성군 이준이 결혼하니 신부를 위해 예복인 노의와 장삼을 만들라 명한 내용이 있다”며 “왕실의 의복은 모두 상의원에서 만들었고, 재료의 조달·제작·공급에 다양한 관청이 관여했으며, 실 제작·염색·빨래·옷감 손질·바느질·자수·금박 등 분야별로 담당 장인들이 정성스레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복식 규제가 엄격했던 조선에서 공주의 혼례복인 활옷은 원칙적으로는 민가에서 입을 수 없었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는 자신의 신분보다 높은 예(禮)를 사용하여 존귀한 예식임을 보이는 '섭성(攝盛)'이란 풍습이 있었다. 섭성에 따라 백성들도 중요한 의례인 혼롓날만큼은 값비싼 장식을 착용하고, 높은 신분의 예복을 입을 수 있었다. 여기에 점차 사치풍조까지 더해져, 공주의 활옷은 백성의 결혼 예복으로 자리 잡았다.

오수아(왼쪽)·이유민 학생기자가 ‘활옷 만개’ 전시에서 출발점은 왕실의 예복이었으나 조선 백성의 웨딩드레스로 변화한 활옷의 다양한 면모를 살폈다.

오수아(왼쪽)·이유민 학생기자가 ‘활옷 만개’ 전시에서 출발점은 왕실의 예복이었으나 조선 백성의 웨딩드레스로 변화한 활옷의 다양한 면모를 살폈다.

물론 형태와 품질의 차이는 엄연하다. 왕실에서 법도에 따라 최고의 재료와 기술로 제작된 공주의 활옷과 달리, 민간의 활옷은 신분과 형편에 따라 그 형태와 품질이 제각기 달랐다. 또한 제작이 까다롭고 값도 비싸서 관아나 혼인·장사 때 쓰는 물건을 빌려주던 가게인 세물전(貰物廛), 신부의 단장 등을 도와주던 수모(手母)를 중심으로 혼례용품을 대여하는 관습이 이어졌다.

오늘날까지 전해져 온 활옷은 복온공주홍장삼을 비롯해 국내 30여 점, 국외 20여 점이다. '활옷 만개'에서는 미국 필드박물관, 브루클린박물관, 클리블랜드미술관,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을 비롯한 국외 소장 활옷 6점이 전시됐다. 이승희 학예사가 “주로 조선이 문호를 개방한 후 유명한 수집가들이 구입한 경우가 많다”며 “아까 본 필드박물관 소장 활옷은 독일의 수집가인 움라우프 가문에서 구입한 것을 필드박물관에서 1899년에 재구입한 것으로 오랜만에 고국에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필드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활옷의 뒷면. 독일인 수집가인 움라우프가 수집한 것을 1899년 미국 필드박물관이 구입했다. 국립고궁박물관

미국 필드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활옷의 뒷면. 독일인 수집가인 움라우프가 수집한 것을 1899년 미국 필드박물관이 구입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오랫동안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친 활옷은 손상이나 변형이 일어난 경우가 많아 보존 처리를 하기도 한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의 안전한 보존·관리를 위해 '국외문화재 보존·복원 및 활용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제2전시실에 전시된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 소장 활옷은 최근 이런 노력으로 되살아난 사례다. 이 활옷은 2022년 10월 국내로 돌아와 섬유·실 등 재료와 제작 방법을 꼼꼼히 확인해 표면 오염물·구김 제거와 손상직물 보강 등 보존 처리를 5개월간 진행했다. 앞서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이 해당 활옷 보존처리에 후원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는데, 전시를 통해 보존 과정을 볼 수 있다.

'활옷 만개: 조선왕실 여성 혼례복'

기간 12월 13일(수)까지

장소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수·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1시간 전 입장 마감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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