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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의 중국 컨설팅] 중국의 경쟁력과 우리의 위기

중앙일보

입력

중국 경제는 더 이상 오를 데가 없는 꼭대기에 올랐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이 퍼지고 있다. 셔터스톡

중국 경제는 더 이상 오를 데가 없는 꼭대기에 올랐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이 퍼지고 있다. 셔터스톡

중국 경제에 대한 위기라는 진단이 넘쳐난다. 대형 부동산 개발사의 부도 위기, 청년실업 급증, 소비 부진 등으로 중국 경제는 고도성장 한계에 도달했고, 세계 경제를 지탱해 주던 중국의 역할은 끝났다고 평가한다. 중국 경제는 더 이상 오를 데가 없는 꼭대기에 올랐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이 퍼지고 있다. 심지어 시진핑 체제의 붕괴를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 정부도 최근의 어려움은 100년 만에 찾아온 대변혁으로, 인적 물적 수단의 총동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다양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미국 GDP의 70% 수준으로 따라붙었고, 연간 4~5%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이 속도라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가의 강력한 공무원 동원 체제, 공산당의 존재, 반부패에 대한 강력한 지도력, 젊은이들의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강한 자부심, 애국주의의 확산 등은 아직은 중국의 핵심 경쟁력이다.

중국은 일관된 공급망(SCM)을 가진 세계 유일한 국가다. 미국은 중국의 턱밑 추격을 저지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등 핵심 산업 영역에서 대중국 탈동조화(Decoupling·디커플링)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기술과 장비 규제 등으로 강하게 중국의 반도체 산업과 이차전지 산업의 부상을 압박하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중국에 자력갱생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켜, 국산화율을 높이는데 자극제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로부터 반도체 고급인재를 끌어들이고 있어 10년 정도면 최고급 분야를 제외하고 반도체 생산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경제 경쟁력은 세계 경제에서, 우위와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국가의 능력을 말하며, 국내 산업 구조, 생산성 수준, 혁신 능력, 무역 경쟁력 등 여러 측면을 포함한다. 중국은 일관된 공급망(SCM)을 가진 세계 유일한 국가다. 중국은 달과 화성에 가는 우주선을 만들고, 전기차와 배터리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의 나라다. 세계 1위를 하는 제품의 숫자가 매년 빠르게 늘어난다.

중국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 인구 숫자가 많은 것 때문이 아니라, 잘 교육받고 훈련받은 인재가 많다는 사실이다. 미국에 유학하고 귀국한 인재는 물론, 미국 현지에서 중국을 위해 일하는 중국인들이 많다는 점을 중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자원이다.

글로벌 공급망 전쟁에서, 기술에 못지않게, 원자재와 소재의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첨단산업의 원자재인 희토류와 비철금속은 중국이 강자다. 중국은 20여 년 전부터 아프리카와 남미 등지에서 광산을 이미 확보해 왔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85%, 매장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화물선에 탑재된 희토류 원소와 광물. 셔터스톡

중국 화물선에 탑재된 희토류 원소와 광물. 셔터스톡

중국의 부상, 우리의 위기

중국의 경쟁력 상승은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벌어지는 냉혹한 국제정치와 안보 환경에서 우리의 활로는 우리 스스로가 경쟁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미국이 우리의 안보를 책임지고, 우리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는 안 하는 것이 좋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한국이나 대만으로부터 반도체 산업을 내재화하기 위해 각종 우대 정책을 내걸고, 미국 내 투자를 강압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의 반도체나 이차전지 같은 핵심 산업을 미국에 뺏길 수도 있다.

한국경제는 국내총생산의 절반 가까이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다. 대중국 수출 부진 등으로 성장률은 1%대로 떨어져 있다. 많은 사람은 대(對) 중국 수출 부진을 중국 탓으로 돌리지만, 사실은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치명적 위기다.

유럽 국가들의 총리나 경제 책임자들은 미국의 경계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 직접 중국을 방문하여, 자국 이익을 위한 경제 활동에 분주하지만, 우리의 공직자는 탈(脫) 중국이나 외치고, 국민들은 반중(反中) 정서로 중국에서 생겨나는 기회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현재 산업구조로는 탈(脫) 중국을 인위적으로 강제할 일이 아니다.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의 산업 구조상 중국을 배제하면, 중간재를 팔 수 있는 지역이나 국가는 현저히 줄어든다. 우리가 대중 수출을 인위적으로 줄이지 않더라도, 중국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중간재 수출은 줄어들게 되어 있다.

우리의 살길은 중국인 1인당 1만 3000달러 수준에 맞는 서비스나 소비재를 개발해 대응하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중국은 여전히 새로운 시장이 많이 생겨나는 나라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중국 같은 규모의 시장은 없다.

대(對) 중국 경제교류는 기본적으로 실용주의가 답이다. 경제는 안보나 동맹보다 실리를 따지는 영역이다. 전쟁 중에도 거래하는 것이 경제다. 중국이 경쟁력을 확보하면 할수록, 우리의 입지는 좁아진다.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중국을 넘기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연구와 공부는 필수다. 감성적으로 중국을 배척하는 반중(反中) 정서로 중국을 이길 수 없다.

중국이 한·중 우호를 이야기하지만, 중국이 우리에게 우호적인 적이 있었던가? 그들은 우리에게 얻을 것이 있을 때만, 우호적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중 관계는 철저한 이해관계다.

글 조평규 동원개발 고문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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