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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안 갈래"…유커 줄고 산커 늘자 관광객 붐빈 이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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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유명한 과자 베이글칩과 스킨·헤어 케어 제품을 사러 왔어요. 베이글칩을 포함해 모든 제품의 종류가 다른 매장보다 다양하고, 수량도 충분해 보여서 만족합니다.”

1일 오후 서울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에서 만난 20대 초반 일본인 관광객 타카하시 나나씨는 “온라인 검색으로 명동에서 유명한 K-뷰티 매장을 찾아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친구와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는 타카하시씨는 “사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은 K-푸드를 맛보는 것”이라며 “쇼핑을 마친 뒤 종로 광장시장에서 육회낙지탕탕이를 먹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J올리브영이 서울 명동 플래그십 매장을 재단장해 1일 외국인 특화 매장으로 새롭게 열었다. 오픈 첫 날 다양한 국적의 방문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CJ올리브영이 서울 명동 플래그십 매장을 재단장해 1일 외국인 특화 매장으로 새롭게 열었다. 오픈 첫 날 다양한 국적의 방문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CJ올리브영은 기존 명동 플래그십 매장을 외국인 특화 매장으로 재단장해 이날 새롭게 열었다. 이곳은 전국 뷰티 매장 중 가장 큰 1157㎡(약 350평) 규모를 자랑한다. 위치적 특성상 재단장 전에도 방문객의 90%가 외국인이었다. 매장 안은 일본·동남아·영미권 등 다양한 국적으로 보이는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커다란 여행용 트렁크를 끌며 쇼핑하는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전국 규모 1위 매장을 외국인에 특화

이 회사 관계자는 “제품 설명 등 안내 문구를 영어에서 영·중·일 3개로 늘리고, 외국어 가능 직원을 여럿 배치했다”며 “일평균 3000명 방문객의 오프라인 경험이 온라인몰 회원 가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글로벌 서비스 라운지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달 19일 서울 명동에 면세점 홍보관인 'LDF 하우스'를 열었다. 사진은 홍보관 1층의 팝업스토어. 사진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은 지난 달 19일 서울 명동에 면세점 홍보관인 'LDF 하우스'를 열었다. 사진은 홍보관 1층의 팝업스토어. 사진 롯데면세점

매장을 나와 직선으로 200m 정도 걸어가자 롯데면세점이 지난달 19일 연 면세점 쇼룸(홍보관) ‘LDF 하우스’가 나왔다. 297㎡(약 90평) 규모의 3층 건물은 팝업스토어, 상품기획자(MD) 추천 상품 전시관, 열기구 모양의 리프트 탑승 공간 등으로 이뤄졌다. 이곳에서 쇼핑 트렌드와 제품 실물, QR코드를 이용한 상품 정보 등을 확인한 뒤 인터넷 면세점에서 제품을 살 수 있다. 화장품 테스트 등도 가능하다.

판매가 아닌 홍보 매장인 만큼 방문객이 많지는 않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주로 저녁 시간에 방문객이 몰린다”며 “오픈 이후 일평균 평일 300여 명, 주말 500여 명의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109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2%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같은 달의 75% 수준을 회복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은 과거와 다른 경향을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외 다른 국적의 관광객도 많이 찾고 있으며 단체관광객(유커·游客)보다 개별관광객(산커·散客)이 중심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백화점 외국인 매출, 2019년의 80%

이 같은 변화로 소셜미디어(SNS)에서 유명한 개별 매장이 과거보다 주목받는 추세다. 단체 쇼핑이 이뤄지던 면세점과 백화점 등은 상대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수는 약 63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6.7% 늘었지만 외국인 매출은 34.6% 줄었다. 호텔신라 면세부문은 3분기 16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김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김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크게 늘었지만 2019년 매출의 70~80%로 기업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올리브영의 올해 1~10월 명동 상권 매장의 외국인 매출은 2019년 대비 240% 증가했다.

이에 면세점은 명동 거리에 홍보관을 열거나 편집숍을 강화하고, 백화점은 중국 유커가 아닌 전체 외국인 관광객에 초점을 맞춰 외국인에게 인기 있는 화장품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전용 데스크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유인 전략을 펴고 있다.

먹거리 등 생활과 밀접한 마트·편의점 등도 ‘외국인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날 올리브영 매장 바로 옆에서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서울관광재단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만든 ‘서울과자’ 세트를 홍보하는 행사를 열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9월 서울역점을 외국인 특화 매장으로 재단장한 뒤 한 달여 간 방문객 수가 40%, 매출은 75% 늘었다고 밝혔다. GS25는 외국인 전용 매대를 운영하고, 전용 교통카드를 출시했으며 CU는 외국인 투어 패스 판매하고 있다. 김치·라면 등 외국인에게 인기인 제품들의 팝업스토어 운영도 성행 중이다. 대상이 지난 달 서울 성수동에서 연 김치 팝업 행사에는 열흘 동안 외국인을 포함해 1만 명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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