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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을 말한다" 아랍으로 향한 한국 책과 작가, 샤르자도서전 개막

중앙일보

입력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 전시장 모습. [사진 이후남 기자]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 전시장 모습. [사진 이후남 기자]

"우리는 책을 말한다(We speak books)".

중동 최대 규모 국제도서전 #1~12일 UAE 샤르자서 열려 #'무한한 상상력' 주제 한국관 #샤르자 최고통치자 직접 방문 #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공항에서 차로 15분쯤 걸리는 행사장 주변에 명쾌한 문구가 나붙었다. 1일 엑스포 센터 샤르자에서 개막한 샤르자국제도서전의 올해 슬로건이다.

이 도서전의 지난해 관람객은 무려 250만명. 중동 최대 책 잔치라고 할 만하다. 아랍에미리트는 아부다비·두바이·샤르자 등 7개 토후국이 1971년 결성한 나라. 젊은 나라의 도서전인데 그 역사가 제법 오래다. 1982년 시작해 이번이 42회째다.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 주빈국 한국관 모습. [사진 대한출판문화협회]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 주빈국 한국관 모습. [사진 대한출판문화협회]

아랍권 1000여곳을 비롯해 전 세계 2000여 출판사에서 150만권의 책을 선보이는 올해 도서전의 주빈국은 한국. '무한한 상상력'을 주제로 한국관을 마련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시인 김승희·정호승, 소설가 김애란·김언수·배명훈·손원평·황선미, 그림책 작가 경혜원·김상근·박현민·최혜진, 인문·과학 작가 이희수·김호·궤도, 웹소설·웹툰 작가 정무늬·정세원 등 현지에서 강연 등에 나서는 저자들 면면이 다채롭다. 그중 문학 작가 7명의 시와 소설을 아랍어·영어로 담은 한국문학 선집이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발간된다. 또 한복·서예·한식을 통해 도서전 기간 동안 관람객에게 한국문화를 체험 기회를 제공하거나 시연하는 행사, 그리고 퓨전 국악·퍼포먼스 공연도 열린다.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 한국관 포스터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 한국관 포스터

“The Impossible is possible(불가능은 가능하다)."

이날 개막식 무대에 올라 축사에 나선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2021년 아랍에미리트의 화성 탐사선 '아말'이 화성 궤도에 진입했을 때 외쳤던 말"이라며 이를 인용했다. 그는 "인간의 상상력은 우리 시대에 필요한 사회적 변화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며 한국관 주제 '무한한 상상력'의 취지를 소개했다.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 한국관을 방문한 셰이크 술탄 빈 모하메드 알 카시미 최고통치자가 한국 관계자들의 안내로 전시를 둘러보는 모습, .[사진 대한출판문화협회]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 한국관을 방문한 셰이크 술탄 빈 모하메드 알 카시미 최고통치자가 한국 관계자들의 안내로 전시를 둘러보는 모습, .[사진 대한출판문화협회]

개막식 마지막 순서로 연설에 나선 사람은 샤르자 최고통치자이자 이 도서전을 설립한 셰이크 술탄 빈 모하메드 알 카시미. 그는 주빈국 한국 대표단을 환영하는 한편 아랍어의 역사와 기원 등에 대해 현재 방대한 분량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아랍어 백과사전과 그 의미를 소개하며 관련 연구자 등에게 감사를 표했다. 개막식 직후에는 직접 주빈국 한국관을 방문해 한국 관계자들의 안내로 전시를 둘러봤다.

샤르자 '지혜의 집' 내부. [사진 이후남 기자]

샤르자 '지혜의 집' 내부. [사진 이후남 기자]

책에 대한 샤르자의 남다른 열정은 '지혜의 집'(House of Wisdom)에도 드러난다. 샤르자가 2019년 유네스코 '세계 책의 수도'에 선정된 것을 기념해 만든 신개념 도서관이자 문화시설이다.

널찍한 서가와 여유로운 중정을 포함해 이곳은 건축과 공간 자체가 볼거리다. 전자책 등의 파일을 에스프레소처럼 5분 만에 종이책으로 만들어내는 '에스프레소 북 머신',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를 갖추고 청소년 교육에 쓰이는 '알 자즈리 팹랩(제작실험실)'도 눈에 띈다. 알 자즈리는 '로봇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옛 아랍 과학자다.

샤르자 '지혜의 집' 에 있는 '에스프레소 북 머신'과 이를 통해 만든 책.. [사진 이후남 기자]

샤르자 '지혜의 집' 에 있는 '에스프레소 북 머신'과 이를 통해 만든 책.. [사진 이후남 기자]

수준급 미술 전시가 열리는 공간, 어린이나 여성이 각각 한결 자유로운 자세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집도, 일터도 아닌 이른바 '제3의 공간'을 지향하는 도서관의 면모가 곳곳에 담겼다.

개막식 전날 '지혜의 집'을 방문한 한국 출판·언론인들에게 이 도서관의 마르와 알 아크로비 대표는 신라 얘기를 꺼냈다. 중세 아랍의 지리학자 알 마수디의 저서에 나오는 신라에 대한 묘사를 언급하며 아랍과 한국의 오랜 인연을 환기했다. 역사적으로 '지혜의 집'은 8세기 바그다드에 만들어져 수세기 동안 문명 교류와 고전 보존에 큰 역할을 했던 도서관의 이름이기도 하다.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 개막식 모습. 책과 서가를 형상화한 영상이 펼쳐져 있다. [사진 이후남 기자]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 개막식 모습. 책과 서가를 형상화한 영상이 펼쳐져 있다. [사진 이후남 기자]

샤르자가 문화를, 특히 책을 이처럼 중시하는 이유는 뭘까. "모두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이 시대에 온라인에서 벌어진 상호작용의 대부분은 여러 해가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책은 수 천 년간 존재해왔고 여전히 존재한다. 책은 유산(heritage)의 일부다. " '지혜의 집' 도서관 운영 책임자 모하메드 부파르스가 들려준 말이다.

"전 세계 출판사들을 위한 실크로드." 이는 도서전을 주최하는 샤르자도서청 아흐메드 빈 라카드 알 아메리 청장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쓴 표현이다. 그는 샤르자가 이런 실크로드가 되기를 열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도서전은 12일까지 이어진다. 나이지리아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윌레 소잉카와 말콤 글래드웰, 바츨라프 스밀 등 세계적 명성의 저자들도 여럿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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