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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기념식도 따로따로…'가야고분' 놓고 싸우는 지자체 [이슈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을 둔 자치단체가 각자 ‘생색내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기념행사를 각자 열거나 가야고분군을 관리할 통합관리기구 유치하려고 신경전을 벌여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 9월 17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자 최응천 문화재청장(가운데)과 박완수 경남지사(오른쪽), 이철우 경북지사(왼쪽)가 손을 잡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 문화재청

지난 9월 17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자 최응천 문화재청장(가운데)과 박완수 경남지사(오른쪽), 이철우 경북지사(왼쪽)가 손을 잡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 문화재청

가야고분군은 1∼6세기 중엽에 걸쳐 경남ㆍ경북ㆍ전북에 존재했던 고분군 7곳을 하나로 묶은 ‘연속 유산’이다. 경남·경북·전북 3개 광역단체와 경남 김해(대성동 고분군)ㆍ함안(말이산 고분군)ㆍ창녕(교동ㆍ송현동 고분군)ㆍ합천(옥전 고분군)ㆍ고성(송학동 고분군), 경북 고령(지산동 고분군), 전북 남원(유곡리ㆍ두락리 고분군) 등 7개 기초단체에 분포해 있다.

등재기념식 서로 “우리 지역”…결국 따로 여나

1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가야고분군 세계문화유산 등재기념식(가칭)’이 경남ㆍ경북에서 각각 열릴 전망이다. 두 광역단체는 이런 의사를 문화재청에 전달했다고 한다. 각 자치단체가 등재기념식을 각자 지역에서 열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2월쯤 서울에서 세계문화유산 인증서 전달식만 열 예정”이라며 “전달식 이후 경남과 경북이 기념식을 각자 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경북 고령군 생활체육관에서 열린 '지산동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기념 KBS열린음악회' 현장. 사진 고령군

지난달 26일 경북 고령군 생활체육관에서 열린 '지산동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기념 KBS열린음악회' 현장. 사진 고령군

최근 일부 기초단체는 개별적으로 등재 기념 자축행사를 열기도 했다. 고령군은 지난달 26일 대가야읍 생활체육공원에서 ‘고령 지산동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기념 KBS열린음악회’를 개최했다. 행사비용으로 3억5000만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김해시도 600만원 예산을 들여 지난달 31일 대성동 고분군 일원에서 ‘김해 대성동 고분군으로 “나도 가야 人”’이란 명칭의 행사를 했다. 대성동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기념행사 차원이었다.

“원본 누가 갖나”…인증서 보관 논란

세계유산 등재 인증서 원본 보관을 두고도 지자체간 ‘옥신각신’하는 모양새다. 실제 “인증서 (원본이)가 1장이다 보니 어느 지자체는 원본을 갖고, 어느 지자체는 복사본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관계자는 “인증서는 1장이 아니다”며 “광역 3곳, 기초 7곳에 맞춰 10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2021년 '한국의 갯벌' 이후 추가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 중인 전남 무안 갯벌 전경. 사진 문화재청

2021년 '한국의 갯벌' 이후 추가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 중인 전남 무안 갯벌 전경. 사진 문화재청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도 연속 유산인데, 등재 인증서 원본 8장 신청해 각 지자체에 나눠줬다는 게 문화재청 설명이다. 한국의 갯벌은 2021년 7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으며 충남 서천군과 전북 고창군, 전남 신안군ㆍ보성군ㆍ순천시 등 광역단체 3개와 기초단체 5개에 걸쳐 있다.

통합관리기구, 너도나도 “우리 지역”

가야고분군 통합관리기구 유치를 놓고도 경쟁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17일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고분군 등재를 결정하면서 “구성요소(7개 고분군) 전 지역에 대한 홍보 전략 개발과 통합 점검(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권고했다.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사진 문화재청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사진 문화재청

경북도와 고령군은 2011년 세계유산 등재를 가장 먼저 추진했고, 가야고분군 전체 1220기 중 704기(57%)가 고령에 있는 만큼 경북에 유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남도 등은 가야고분군 7곳 중 5곳이 도내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가야 초기 번성과 영화로움을 보여주는 김해 대성동 고분군, 중~후기까지 모습이 잘 나타난 합천 옥전 고분군, 1~6세기까지 가장 오랜 기간 조성된 함안 말이산 고분군 등 가야사 전반을 보여주는 지역이라고 강조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유네스코에서 권고한 통합 점검 체계 관련, 정부조직이나 재단법인 등 여러 형태를 두고 고민 중”이라며 “어디에다 둘지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 지자체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연속 유산’ 필연적 갈등?…“문화재청 중심 못 잡아”

연속 유산 특성상 이런 지자체간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연속 유산은 시·군(기초단체)으로만 따져도 적게는 3곳에서 많게는 8곳 다수 지역에 걸쳐 있어, 각자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유산 등재된 가야고분군 7곳 그래픽 이미지.

세계유산 등재된 가야고분군 7곳 그래픽 이미지.

가야고분군이 있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연속 유산은 하나의 점이 아니라 면이다. ‘경주역사 유적지구’는 경주뿐이니 갈등이 없지만, 연속 유산은 그렇지 않다”면서 “(재)백제세계유산센터도 자치단체 간 견해차로 공주·부여·익산이 아닌 대전에 있지 않냐”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재 주무관청인 문화재청이 중심을 못 잡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문제”라며 “지역민과 기쁨을 나누는 차원에서 지역별 기념행사를 하더라도, 정부 차원 등재기념식을 하지 않고 인증서만 전달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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