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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대 정원도 年1000명 늘린다…간호계 "밑빠진 독 물 붓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당시 한 병원 음압병동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들의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당시 한 병원 음압병동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들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함께 간호대학 정원도 늘리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간호대 정원은 이미 매년 700명씩 확대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의료수요 등을 고려해 최소 1000명씩 증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확정해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1일 오후 서울시티타워에서 ‘2023년도 제1차 간호인력 전문위원회(전문위)’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전문위는 간호대 입학정원을 결정하기 위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에 구성된 위원회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을 위원장으로 두고 간호계 및 환자·시민단체 추천 위원 등 총 15인이 참여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그간의 간호인력 수급정책에 대한 평가와 향후 위원회 운영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과 달리, 간호대 정원은 2008년 이후 꾸준히 확대돼 16년 사이 약 2배 증가했다. 특히 2019년부터는 매년 700명씩 늘려 2008년 1만1686명이던 간호대 정원은 올해 2만3183명까지 늘었다. 간호대를 보유한 대학교는 전국에 198개에 달한다. 이런 증원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인구 1000명당 임상 간호사 수도 2008년 2.16명에서 지난해 5.02명으로 2.32배 증가했다.

간호사 수, OECD 평균 8명인데 韓 4.9명  

간호대학 입학정원 및 임상활동 간호사 추이(’08~’23). 사진 보건복지부

간호대학 입학정원 및 임상활동 간호사 추이(’08~’23). 사진 보건복지부

그러나 여전히 다른 국가에 비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임상 간호사는 부족하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임상 간호사 수가 올해 한국은 4.9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명(2020년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간호인력이 현장을 떠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무강도를 지금의 80%로 완화할 경우, 2035년까지 간호사 5만6000명이 부족할 것이란 게 보건사회연구원의 추계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1000명씩 간호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매년 최소 1000명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전문위에서 논의해 연내에 숫자를 확정할 계획”이라며 “몇 년도까지 증원을 지속할지 등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어 협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계도 증원 필요성에는 동의를 하는 상황”이라며 “간호대 실습 장비 지원 예산을 2배 늘리는 등 정원 확대가 교육 여건 저하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제1차 간호인력 전문위원회'에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1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제1차 간호인력 전문위원회'에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간호계 “반발 목소리 크지만…일단 논의”

다만 간호계에서는 간호사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 간호대 정원만 확대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높은 업무 강도, 낮은 임금 등으로 인한 인력 유출을 개선하지 않으면 간호대 졸업생을 아무리 늘려도 인력난은 그대로일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해 전체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48만1000여명이었지만, 이중 의료기관에서 실제 활동하는 임상 간호사는 52.6%(25만4000여명)에 불과했다. OECD 국가들의 면허 간호사 대비 임상 간호사의 평균 비율은 68.2%인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처우개선이 되지 못한 채로 인력만 늘어나니 신규가 들어오면 그만큼 또 떠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간호계 내에서는 증원에 대해 반발 목소리가 크지만, 의사단체와 달리 간호사들은 파업 같은 단체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처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간호협회 인원이 포함된 위원회가 꾸려져 증원 규모 논의를 하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며 “무분별한 증원이 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처우 개선책 등도 함께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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