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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티븐 도버의 마켓 나우

중동분쟁의 시장 영향은 제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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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스티븐 도버 프랭클린템플턴 연구소장

스티븐 도버 프랭클린템플턴 연구소장

지구 반대편 중동에서 인도적 위기가 발생했다.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 에너지·비료·식료품 공급망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다. 반면 이번 분쟁이 번지지 않으면 전 세계 주요 상품의 공급에 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스라엘의 핵심 기술과 제약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보는 이유가 있다. 50년 전과 달리 중동 정세에 변화가 생겼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는 최근 몇 년간 관계가 개선됐다. 아랍 국가들이 석유 생산과 유통을 무기처럼 휘두를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터키·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주요국들은 분쟁 초기에는 한동안 침묵했다. 침묵한 이유 중 하나는 무고한 민간인 피해에 대해 느끼는 깊은 연민일 것이다. 다수의 중동 국가들은 전쟁·분쟁·난민 문제만큼은 막아내야 한다고 공감한다. 이번 전쟁으로 혜택을 누릴 국가는 없다. 물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쏠린 세계인의 관심을 중동으로 돌리고 싶어할 것이다. 또 세계에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번 분쟁을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 중동 지역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휩싸였으며, 확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하마스의 오랜 후원자인 이란 때문에 분쟁이 확대하는 나쁜 시나리오가 있다. 헤즈볼라 같은 무장 세력이 이란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을 대대적으로 공격하는 경우다. 이때 이스라엘이 반격한다면 분쟁은 지역 전쟁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러면 이란은 원유 생산과 운송을 중단시키거나 방해할지도 모른다. 유가 급등과 시장의 위험 프리미엄 상승이 자명하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미국·유럽을 포함한 동맹국들은 국가 안보 이익과 경제적 이익이 일치한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분명하게 지지하면서도 자제를 촉구했으며, 잠재적 적대국들에는 상황을 악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메시지가 힘을 발휘할지, 이스라엘이 다시금 공격을 받고도 확전을 자제할 수 있을지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다. 다행히 중동 지역 강대국들은 자신의 오판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실수를 피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무역의 지역화 추세가 심화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경험한 세계 각국이 전략적 안정을 꾀하는 과정에서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복귀)’이 확산한 바 있다.

정리하자면,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이 발생할 위험은 제한적이다.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전쟁 방식이 세계 경제 성장, 인플레이션, 기업의 이익, 금리 또는 환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스티븐 도버 프랭클린템플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