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멸종은 소행성 아닌 미세먼지 때문…“2년 간 광합성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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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충돌 이후 지구의 모습을 추정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소행성 충돌 이후 지구의 모습을 추정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공룡이 멸종한 가장 큰 원인이 6600만 년 전에 발생한 소행성 충돌이 아니라 그 이후에 대기를 뒤덮은 미세먼지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벨기에 왕립천문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30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6600만 년 전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 후 공룡을 멸종시킨 치명적인 혹한이 이어졌는데, 혹한을 일으킨 주요 원인이 먼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소행성은 당시 거대한 충격파와 지진, 쓰나미를 일으켰고 엄청난 양의 파편과 먼지가 대기로 분출됐다.

이때 폭 180㎞에 이르는 크레이터가 생성됐는데 바로 칙술루브 충돌구다. 칙술루브 충돌 사건 이후 지구는 길고 혹독한 겨울이 이어졌고 전체 생물종의 75%가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지구를 주름잡았던 공룡도 사라졌다. 하지만, 충돌 이후 대기에 유입된 물질들이 기후에 미친 영향과 대량 멸종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지구 온도 15도 낮추고 광합성 막아

미 노스다코타주 타니스 지층의 퇴적물. 로이터=연합뉴스

미 노스다코타주 타니스 지층의 퇴적물.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정확한 멸종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미국 노스다코타주에 있는 백악기-고생대(K-Pg) 경계층인 타니스 지층의 퇴적물 입자 등을 분석했다. 이 지층은 충돌 지점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멸종 사건 당시 형성됐기 때문에 당시 지구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분석을 통해 직경 0.8~8㎛(마이크로미터)의 작고 미세한 규산염 먼지 입자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계산된 규산염 먼지의 양을 고기후(古氣候) 모델에 적용한 결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유황이나 그을음과 달리 이 미세먼지는 충돌 발생 후 최대 15년 동안 대기 중에 머물면서 지구 표면 온도를 최대 15도나 냉각시켰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이 작은 먼지 입자 구름이 태양 빛을 차단해 소행성 충돌 후 620일, 즉 거의 2년 동안 식물들의 광합성이 중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식물이 고사하면서 일부 공룡을 포함한 많은 초식 동물이 굶어 죽었고, 대량 멸종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대기가 다시 맑아져 식물이 회복하기 충분한 햇볕을 받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무려 4년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을 이끈 벨기에 왕립천문대의 셈 버크 세넬은 “고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광합성 활동이 2년 동안 억제되고 먼지로 인한 겨울이 15~20년 동안 지속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충돌 이후 정확한 멸종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구 냉각이나 광합성 손실의 원인에 대한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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