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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씩 받고 '맛나요' 1만건 리뷰…AI가 잡아내자 벌어진 일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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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고소한 리뷰 조작 업체들이 법원에서 징역형 및 벌금형 선고를 받았다. 사진은 서울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연합뉴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고소한 리뷰 조작 업체들이 법원에서 징역형 및 벌금형 선고를 받았다. 사진은 서울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연합뉴스

# “어린 아들내미도 맛있는지 만두 넙죽넙죽 받아먹네요~ㅋㅋ”
지난 2020년 7월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에 올라온 별점 5점 후기다. 그러나 어린 아들도, 만두도 없었다. 이는 마케팅 업자 A씨가 식당 주인에게 건당 5000원을 받고 배민에 올린 가짜 리뷰 9985건 중 하나다. A씨는 배민의 신뢰도를 훼손한 업무방해죄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6월 ‘온라인 가짜 리뷰 금지법’을 입법 예고했다. 허위 리뷰 1건당 최대 5만 달러(약 6700만원)의 벌금을 매긴다. 올해 들어 FTC는 아마존에서 기존 제품의 리뷰를 신제품에 갖다 붙인 비타민 업체에 벌금 60만 달러(약 8억원), 숙소에 대한 5점 리뷰를 구매한 룸메이트 중개 플랫폼 룸스터에 벌금 160만 달러(약 21억원)를 부과하는 등 ‘가짜 리뷰 척결’에 나섰다.

무슨 일이야 

30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은 배민에 허위 식당 리뷰를 올린 업체들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과 징역형 등을 선고 받았다고 밝혔다. 회사는 “리뷰 조작은 소비자를 현혹하고 정당하게 장사하는 사장님들에게 피해를 주는 불법 행위”라며 “강경 대응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가 판결문을 입수해 확인하니, 아르바이트생을 시켜 허위 리뷰 26건을 올려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업자, ‘허위 리뷰 100개에 30만원’으로 350차례나 계약 맺고 수행하다가 징역 10월형을 선고받은 업자 등이었다. 이들 모두 배민을 착각·오인하게 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인정됐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이게 무슨 의미야 

음식 주문뿐 아니라 각종 상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뤄지면서 소비자의 판단 근거를 흐리는 가짜 리뷰가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크몽 등 플랫폼에 올라온 허위 리뷰가 지적됐다.

미 FTC의 입법안은 실제 구매하지도 않고 평점 만점(5점) 리뷰를 올리는 것 외에도 ▶직원임을 밝히지 않고 리뷰 적기, ▶긍정적 리뷰를 쓰면 보상 주기 ▶부정적 리뷰를 삭제하기 위한 부당한 위협 ▶팔로워 수나 조회 수를 돈 주고 늘리는 것도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가짜 리뷰’로 규정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이게 왜 중요해

가짜 리뷰 규제는 인공지능(AI) 기술 발달과 맞물려 있다. AI는 가짜 리뷰를 무한히 생성하는 도구도, 가짜 리뷰를 실시간 탐지해내는 수단도 될 수 있다.

◦ AI, 가짜 리뷰 생성: 미 FTC는 입법 예고를 공지하며 “최근 AI 챗봇 등 생성 AI 도구가 허위 리뷰 작성에 사용된다는 보고가 있다”며 “AI 기술로 인해 가짜 리뷰 작성이 쉬워지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 AI, 가짜 리뷰 탐지: 배민은 지난 2021년 말부터 허위 리뷰 모니터링에 AI를 도입했고, 효과를 봤다. 진위가 의심되는 리뷰를 쓴 회원과 식당의 관계를 AI가 분석해 ‘리뷰 업자’를 가려내면 배민이 고소 및 경고 조치를 한다. 배민에 따르면, AI 도입 이전보다 허위 의심 리뷰 제보가 83% 감소했다.

◦ 플랫폼, 방지 기술 공유: 지난 17일 아마존과 트립어드바이저, 부킹닷컴, 글래스도어 등 여행·쇼핑·평점 플랫폼 업체들이 가짜 리뷰와 싸우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후기를 위한 연합’을 출범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가짜 후기의 운영 방식과 탐지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배달의민족 허위 리뷰 걸러내기.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허위 리뷰 걸러내기. 사진 우아한형제들

이걸 알아야

플랫폼 리뷰의 또 다른 병폐는 ‘악성 리뷰’다. 구매한 건 맞지만 허위 사실로 악평을 올리는 행위다. 플랫폼들은 악성 리뷰에 “빠르게 대처하기가 어렵다”라고 토로한다. 리뷰 내용의 사실 여부를 따져야 하는 데다, 리뷰가 작성자의 저작물로 인정돼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삭제할 수 없기 때문.

악성 리뷰는 자영업자가 사이버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고소해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배민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며 무료 서비스 요청이 거절당하자 ‘음식에 침 뱉어서 왔다’라고 거짓 리뷰를 올린 소비자에게 벌금 600만원이 선고되기도 했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에도 배달 앱 내 악성 리뷰에 대한 기준·정책을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