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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류태형의 음악회 가는 길

통영과 평창, 다음은 포항? 클래식 음악 도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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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류태형
류태형 기자 중앙일보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클래식 음악팬이라면 올 11월이 유독 기억에 남을 듯하다. 빈 필, 베를린 필,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뮌헨 필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이 줄줄이 내한한다. 일부는 대구 등 지역에서도 공연하지만 대부분 서울 무대에만 오른다. 서울 이외 지역의 11월 클래식 음악 이슈를 보면 4일 결과가 발표되는 통영 윤이상 콩쿠르, 4~11일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리는 DMZ오픈국제음악제, 3~9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및 포항시 일원에서 펼쳐지는 ‘2023 포항음악제-신세계? 신세계!’ 등이 있다.

내달 포항서 공연하는 카잘스 콰르텟. [사진 포항음악제]

내달 포항서 공연하는 카잘스 콰르텟. [사진 포항음악제]

이 가운데 포항음악제는 경북도와 포항시가 주최하고 포항문화재단이 주관한다. 포항 출신의 첼리스트 박유신(33)이 예술감독을 맡아 3회째 이끌고 있다. 1회부터 노부스 콰르텟·벨체아 콰르텟 등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을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엔 스페인 출신의 카잘스 콰르텟이 온다. 6일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보케리니·하이든·베토벤 등 그들의 장기인 고전주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3일 개막 공연은 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주인공이다. 지휘자 없이 무대 위에 서서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손민수가 협연하는 베토벤 협주곡 4번을 연주한다. 8일에는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무대가 마련된다.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브람스 2번, 그리그 3번,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9일 ‘춤의 제전’은 멘델스존과 바르기엘의 현악 8중주에 최수진 등 무용수 8명의 표현이 더해지는 이색적인 폐막 공연이다. 이 외에도 총 7개의 메인 공연, 밀도 높은 현악과 피아노의 만남인 포커스 스테이지, 박영성 등 포항 출신 연주가들이 꾸미는 아티스트 포항, 해설이 곁들여진 찾아가는 음악회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조성현(플루트), 문지영(피아노), 김홍박(호른), 옌스 페터 마인츠, 톨레이프 테덴(첼로), 알렉산드라 코누노바(바이올린) 등 빼어난 연주가들이 곳곳에 참여한다.

‘포항과 클래식’ 하면 1990년 창단한 포항시립교향악단이 떠오른다. 유종 지휘자가 음악감독이던 2009년경에는 오케스트라 팬클럽이자 클래식 애호가 모임인 ‘시향사모’가 주목받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모인 2000명의 커뮤니티가 지역의 클래식 음악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지휘자가 공석이 되며 유명무실해진 듯하다.

서울을 제외하고 ‘클래식 축제 도시’ 하면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는 통영과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열리는 평창을 들 수 있다. 이 두 곳은 ‘멀어도 가서 보고 싶은 축제’를 만들어왔다. 포항도 이들과 나란히 설 수 있을까. 관객을 즐겁게 하는 고른 수준의 음악과 동시대 트렌드를 반영하는 시선, 포항 안팎의 지원과 후원 등을 확보한다면 그 실현이 앞당겨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