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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 낮은 술 얕봤나…'주 2회 소주 1병' 고위험 음주女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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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자료사진. 사진 셔터스톡

소주 자료사진. 사진 셔터스톡

한번에 5잔 이상, 일주일에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고위험음주’ 여성이 최근 10년 사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 여성 비율이 높았다. 남성의 음주율은 전반적으로 감소세였으나, 40~50대 음주율은 여전히 높아 음주행태에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30일 이런 내용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의 음주 심층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올해 1월부터 진행한 정책연구용역 결과를 요약한 것으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최근 10년(2012~2021년) 동안 만 19세 이상 성인의 음주행태 변화 등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분석 결과 남성의 음주율이 여전히 여성보다 높았지만, 10년 사이 남성은 감소세를 보인 반면 여성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1년 동안 술을 마신 적 있는 사람(연간음주자) 중에서 월 1회 이상 음주한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월간음주율’을 보면, 남자는 2012년 85.8%에서 2021년 82.2%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여자는 60.9%에서 63.5%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30대 월간음주율이 여자에서는 각각 68.3%, 72.9%(2021년 기준)로 타 연령대에 비해 높았던 반면, 남자에서는 20·30대 음주율이 다른 연령에 비해 낮았다. 여성 중에선 청년층이 다른 세대보다 많이 음주한다면, 남성의 경우 젊은 세대가 비교적 술을 덜 마신다는 의미다.

성별 연간음주자의 고위험음주율. 사진 질병관리청

성별 연간음주자의 고위험음주율. 사진 질병관리청

연간음주자 가운데 1회 평균 음주량이 7잔(남자) 혹은 5잔(여자)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음주한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고위험음주율’도 남자는 10년 사이 감소세(25.1%→23.6%)를, 여자는 증가세(7.9%→8.9%)를 보였다. 다만 남성 중에서도 50대 고위험음주율은 28.8%에서 29.8%로 늘어 2021년 기준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고, 40대(21년 29.2%)가 뒤를 이었다. 여성에서는 30대가 13.2%로 가장 높았고, 20대·40대 모두 10.7%로 그 뒤를 이었다.

남성 10명 중 1명이 흡연·음주 ‘고위험’

흡연자이면서 한 달에 1회 이상 음주하는 사람의 비율은 최근 10년 간 20.8%에서 17.1%로 줄어 감소 추세였다. 특히 남성에서 36.2%에서 28.1%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다만 매일 흡연하면서 고위험 음주도 하는 ‘고위험 사용자’는 남성 10명 중 1명(21년 10.6%)으로 10년 전(13.5%)에 비해 큰 변화가 없었다.

소량의 음주로 얼굴이 빨개지는 알코올 홍조증을 경험한 사람은 10명 중 4명(21년 남자 38.9%, 여자 36.4%) 수준이었다. 알코올 홍조증은 알코올 분해효소가 부족해 생기는 증상으로,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이 지속적으로 고위험음주를 할 경우 식도암 등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연구된 바 있다. 이렇게 홍조를 경험하면서 고위험음주를 하는 경우 남자는 14%, 여자는 4.3%(21년 기준)로 남자가 3배 정도 높았다.

만성질환 치료약 복용자의 고위험음주율. 사진 질병관리청

만성질환 치료약 복용자의 고위험음주율. 사진 질병관리청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지혈증 등의 만성질환 치료약을 1개 이상 복용하면서 월 1회 이상 음주하는 비율은 51%(남자 63.4%, 여자 31.3%)나 됐다. 만성질환 치료약 복용자 2명 중 1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시는 셈이다. 이중에서도 남자 20.4%, 여자 9%는 고위험음주자였다.

성별, 연령 외에 음주행태와 관련 있는 요인으로는 결혼상태와 소득수준, 건강행동 실천 점수 등이 제시됐다. 배우자와 동거할 경우 월간음주율은 미혼의 1.21배, 월간폭음률은 1.23배였다. 소득수준의 경우, 1분위에 비해 5분위의 월간음주율이 1.18배로, 소득이 많을수록 음주율이 높았다. 주 2회 30분 이상 운동, 체중(BMI 25미만), 수면시간(평균 7~8시간) 등을 종합해 매기는 ‘건강행동 실천 점수’는 낮을수록 음주 위험이 높았다.

연구를 수행한 김광기 인제대 교수는 “특히 20~30대 여자 음주율이 증가한 것은 도수가 낮은 술 등 주류상품 개발로 접근성이 높아지고, 음주에 대한 사회문화적 수용성도 높아진 것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주류 소비 및 음주폐해 감소를 위해 대국민 음주가이드라인 개발, 주류광고 및 마케팅 규제 등의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음주는 만성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음주행태 개선을 위해서는 개인뿐 아니라 음주를 조장하는 환경을 개선하는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취약집단별 맞춤형 예방 정책 지원 등 음주폐해 감소를 위해 관계부처 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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