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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나자 관료부터 도망"…경북지사, 尹에 징비록 선물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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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열린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앞서 도청 로비에 위치한 도서관을 방문해 서애 류성룡 선생의 저서 징비록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은 이철우 경북지사.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열린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앞서 도청 로비에 위치한 도서관을 방문해 서애 류성룡 선생의 저서 징비록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은 이철우 경북지사. 뉴스1

지난 27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로비. 천장에 닿을 듯이 높다란 책장에 수만 권의 책이 꽂혀 있어 마치 도서관처럼 보이는 이곳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만났다. 이날 오후 열린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하기 전 잠시 시간을 내 경북도청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윤 대통령에게 책 한 권을 건넸다. 서애 류성룡(1542~1607)이 임진왜란(1592~98) 동안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묘사한 책인 『징비록』이었다. 이 책은 전쟁이 발발한 원인부터 전쟁 과정 중 조정의 실책을 기록해 후세에 길이 남기도록 한 ‘반성문’이다. 징비(懲毖)는 ‘지난 잘못을 경계해 삼가다’는 뜻이다.

『징비록』으로 지방시대 강조

이 지사는 윤 대통령에게 책을 선물하며 “징비록은 부끄러운 역사를 이겨내고 오늘을 있게 한 위대한 기록”이라며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지방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성룡이 임진왜란 동안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징비록. 사진 문화유산국민신탁

류성룡이 임진왜란 동안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징비록. 사진 문화유산국민신탁

또 “조선시대 대부분의 지방 관료가 한양에서 파견되다 보니 주인의식이 없었고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관료가 먼저 도망가니 지방이 무너지고 불과 20일 만에 수도 한양이 함락됐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가능성이 남아 있는 지방을 살리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에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권한이 이양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뜻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이 지사, 평소에도 직원에 일독 권해  

이 지사는 평소에도 직원들에게 버릇처럼 『징비록』 일독을 권하고 있다. 지난 2월 9일 열린 간부회의에서도 “중앙집권이 극에 달했던 조선시대 대부분의 지방관료는 한양에서 파견돼 관료 홀로 지방에 부임했다. 그러니 지방에 애정이 없고 한양으로 돌아갈 기회만 노렸으며 수탈 또한 심각했다. 지방이 무너지니 나라도 무너진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7월 20일 호우대처 상황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7월 20일 호우대처 상황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그러면서 “낙동강은 경북에 있는데 환경부 관할이다. 금오공대 역시 경북에 있는데 교육부 관할이다. 지방을 모르는 중앙에서 지역을 관리하니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고 예를 들기도 했다.

이 지사는 “지방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수도권 중심의 판을 바꿀 수 있는 과감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이 필요하다”며 “공직자들 또한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변화 대응능력을 징비록에서 교훈 삼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경북도청에서 열린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앞서 안동 병산서원을 방문해 유림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병산서원은 『징비록』을 집필한 류성룡 선생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 의미를 더했다.

윤 대통령, 안동 병산서원서 간담회도  

‘전통문화유산에서 찾는 지혜와 교훈’을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는 지방시대 실현을 위한 퇴계 서원 운동의 정신 구현, 갈등과 반목 극복을 위한 선비정신, 국민 행복을 위한 인성교육 확대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오후 경북 안동 병산서원 누각 만대루에서 유림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오후 경북 안동 병산서원 누각 만대루에서 유림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전통에 대한 자부심, 국가발전의 초석’이라고 방명록을 남겼다. 이 지사는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전통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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