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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조입니다" 태화강 뜬 떼까마귀…보온병 든 사람들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태화강 일원에 둥지를 튼 떼까마귀. 우라나라에선 까마귀를 길조로 친다. 사진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

태화강 일원에 둥지를 튼 떼까마귀. 우라나라에선 까마귀를 길조로 친다. 사진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

태화강 국가 정원일원에 최근 까마귀 떼가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쌀쌀해지기 시작한 지난 17일 오전 6시쯤 까마귀 40여 마리가 '선발대'로 날아오더니 주말 전후 3000여 마리가 태화강 일원 대나무숲(6만5000㎥)인 십리대숲 인근에서 목격됐다.

이들 까마귀는 대숲 일대 전신주 전깃줄에 약속한 듯 나란히 앉아 있다가 일순간 하늘로 날아오른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는 "이달 중순 처음 보이더니 점점 더 많은 까마귀가 태화강 일대에 오고 있다"고 말했다.

"길흉이다" "그래픽 합성이다"
태화강 떼까마귀는 국내외에 인기있는 영상·사진 주제다. 검은색 까마귀가 떼로 몰린 모습 자체가 명물이라 인터넷 게시판 등에선 "길흉이다" "현실이 아니라 그래픽으로 합성한 거다" 같은 뒷말이 나올 정도다. 사진 동호인 단골 출사 장소로도 명성이 있다. 떼까마귀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5만 마리 이상 모여 지내다가 겨울이 끝나면 자취를 감춘다.

떼까마귀는 울산광역시 대표 관광상품이다. 공장 폐수 등으로 오염됐던 태화강이 이젠 깨끗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생태 복원의 상징물'이어서다. 그래서 울산에선 떼까마귀를 '겨울진객'여긴다.

태화강 일원에 둥지를 튼 떼까마귀. 우라나라에선 까마귀를 길조로 친다. 사진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

태화강 일원에 둥지를 튼 떼까마귀. 우라나라에선 까마귀를 길조로 친다. 사진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

'까마귀 배설물 청소반' 가동 

떼까마귀가 전선에 앉아 휴식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2021년 촬영된 것이다. 뉴스1

떼까마귀가 전선에 앉아 휴식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2021년 촬영된 것이다. 뉴스1

떼까마귀는 태화강 일대를 날아다니며 많은 배설물을 쏟아낸다. 주민들은 배설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기도 한다. 울산시는 십리대숲 인근 주민으로 꾸린 '까마귀 배설물 청소반'을 다음 달 6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운영한다. 3개조 9명으로 이뤄진 배설물 청소반원은 끓인 물을 담은 보온병과 스펀지를 챙겨 들고 도로·마당·차량·장독대 등에 마구 떨어진 까마귀 배설물을 하나하나 닦아낸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난해엔 '운수대똥'이라고 까마귀 배설물을 맞으면 소정의 상품을 주는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까마귀 배설물로 더러워진 차를 닦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주민들이 까마귀 배설물로 더러워진 차를 닦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일순간 하늘을 까맣게 물들이는 떼까마귀 군무(群舞)를 활용한 관광프로그램도 운영한다. 12월 한 달 동안 매일 오후 4시30분 태화강 십리대숲 인근 데크전망대에서 자연해설사가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데, 떼까마귀 활동을 관찰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다음 달 초 까마귀 등 겨울 철새를 주제로 한 '삼호 버드페스티벌'도 예정돼 있다. 울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국내 떼까마귀 가운데 60~70%가 찾는 최대 월동지다. 2002년부터 해마다 울산을 찾는다. 2020년 전후엔 10만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오기도 했다.

떼까마귀가 태화강 일대를 겨울 둥지로 선택한 것은 주변에 먹이가 풍부하고, 천적으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대나무숲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떼까마귀는 논 등에서 떨어진 곡식을 주로 먹는다. 해 뜨기 전 대나무숲에서 날아올라 경북 경주·경남 양산·밀양 등으로 흩어져 먹이를 찾아 식사한다. 그러다 해 질 무렵 천적으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태화강 십리대숲 인근 전신주 전깃줄에 줄지어 앉아 쉰다. 이때 순간순간 하늘을 까맣게 물들이는 군무를 펼치는데, 이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단체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몸길이 50㎝, 날개 길이 32∼38㎝인 까마귀는 해충을 먹어치워 농사에 이로움을 준다는 이유로 '길조'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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