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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159명 희생된 이태원 참사, 그 1년 뒤 무엇이 변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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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참사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10.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참사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10.29. photo@newsis.com

추모식조차 여야 정쟁 탓에 반쪽 행사로 그쳐

이후 97개 안전 세부과제 완료율은 13.4% 수준

축제에 나온 시민 159명이 어이없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가 어제 1년을 맞았다. 이태원 사고 현장과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 행사엔 많은 시민이 찾아와 유가족과 슬픔을 나눴다. 당시 믿을 수 없는 참극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면서 모두가 큰 충격에 빠졌었다. 총체적 무능을 드러낸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다짐한 지도 벌써 1년이다. 커다란 슬픔을 마주하면 싸우다가도 자제하고 유족을 위로해야 우선이지만, 우리 정치권은 이번에도 극단 대립을 풀지 못하고 추모 행사를 반쪽짜리로 만들었다.

서울광장의 추도식에 윤석열 대통령은 불참했다. 국민의힘에선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이 참석하긴 했지만 ‘개인 자격’일 뿐이라며 당과는 거리를 뒀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사실상의 정치집회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박정희 추모식엔 버선발로 달려가더니 이태원 추도 행사에는 왜 가지 않는 건가”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윤 대통령의 사과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는 한편 중앙당 차원에서 추모대회 참석 요청 공문을 시·도당에 발송했다. 희생자 추모보다 대여 공세의 장으로 행사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두드러진다. 여야가 진정 희생자와 유족의 고통에 공감한다면 이런 식의 정쟁은 멈췄어야 했다.

윤 대통령은 대신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의 추도 예배에 참석해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애도했다. “우리는 비통함을 안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면서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그분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정부의 노력이 미흡했다는 진단이 잇따른다. 중앙일보가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국가안전시스템개편 종합대책’의 진행 상황을 전문가 4명과 분석한 결과, 97개 세부과제의 완료율은 13.4%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형식적 논의를 되풀이하는 데 그친 과제가 많았다. 2027년까지 완료하겠다는 84개 대책의 실현 가능성 역시 미지수란 진단도 나왔다.

관련자 문책도 의아하다. 159명이 희생됐음에도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사고 직후 명확한 법적 책임을 강조했으나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지난 1월 검찰에 송치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경우 재판에 넘길지조차 결정을 안 했다. 1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수사할 게 남았다는 얘기인가.

윤 대통령은 어제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을 이제라도 엄중히 묻고 재발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가시적 조치가 따라야 한다. 야당은 정부가 이런 작업을 서두를 수 있도록 협력하는 자세가 진정 유족을 위하는 길임을 자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