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두 바퀴로 함께 달리는 아름다운 동행… APG 사이클 3관왕 김정빈-윤중헌

중앙일보

입력

탠덤 사이클은 앞에 비장애인(파일럿)이 핸들을 조작하면서 페달을 밟고, 뒤에 타는 장애인 선수는 페달만 밟는다. 김정빈(오른쪽)과 파일럿 윤중헌.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탠덤 사이클은 앞에 비장애인(파일럿)이 핸들을 조작하면서 페달을 밟고, 뒤에 타는 장애인 선수는 페달만 밟는다. 김정빈(오른쪽)과 파일럿 윤중헌.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32세 동갑내기 김정빈과 윤중헌(이상 전북장애인사이클연맹)이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APG) 사이클 3관왕에 올랐다.

김정빈과 윤중헌은 이번 대회 둘째날인 23일 4000m 개인 추발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두 사람은 26일 18.5㎞ 도로독주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어 첫 2관왕에 올랐다. 이어 27일 열린 69㎞ 개인도로에서도 1시간 35분 27초로 우승했다. 한국 장애인 사이클 역사상 첫 3관왕이다.

시각장애가 있는 김정빈과 안내견 메이.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시각장애가 있는 김정빈과 안내견 메이.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김정빈은 소리를 지르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그동안 겪은 시간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울컥했다. 가족과 여자친구, 그리고 제 눈이 되어준 안내견 메이가 떠올랐다"고 했다. 윤중헌은 "같이 땀흘리며 고생한 정빈 님에게 고맙고, 파일럿으로 저를 선택해 잊지 못할 경험을 만들어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2인승 자전거인 탠덤 사이클을 탄다. 비장애인 윤중헌이 경기파트너로 앞에서 핸들을 쥐고, 방향을 잡는다. 시각장애인 김정빈은 뒤에서 함께 페달을 밟아 가속도를 붙인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건 불과 5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조용한 성격이고, 나이도 같아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시각 장애인 사이클 국가대표 김정빈(왼쪽)과 경기파트너 윤중헌. 두 사람은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3관왕에 올랐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시각 장애인 사이클 국가대표 김정빈(왼쪽)과 경기파트너 윤중헌. 두 사람은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3관왕에 올랐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윤중헌은 "도로는 변수가 많다. 짧은 코너가 있는가 하면 깊게 꺾이는 구간이 있고, 내리막에서 속도를 내거나 오르막에서 같이 댄싱(안장에서 일어나 페달을 밟는 것)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정빈 님이 몸으로 느끼기 전에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김정빈은 "볼 수 없기 때문에 (윤중헌의 말을) 들으면서 탄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시력이 좋지 않았던 김정빈은 중학교 2학년 때 망막색소변선증 진단을 받았다. 실용음악과를 나온 그는 기타리스트가 되는 꿈을 키웠다. 그러나 대학 입학 이후 장애가 심해져 취미로만 하게 됐다. 대신 그에겐 새로운 꿈이 생겼다. 2016년 여름 점자를 익히기 위해 복지관을 찾았다 사이클을 접한 게 계기였다.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장애인 운동선수로 채용되면서 안정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김정빈이 아시아 정상으로 발돋움하게 된 건 윤중헌과의 만남 덕분이다.

시각 장애인 사이클 국가대표 김정빈(오른쪽)과 경기파트너 윤중헌. 두 사람은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3관왕에 올랐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시각 장애인 사이클 국가대표 김정빈(오른쪽)과 경기파트너 윤중헌. 두 사람은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3관왕에 올랐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아마추어 동호인이었던 윤중헌은 동료 박찬종(33)이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뒤 장애인사이클 선수로 재기하는 모습을 보고 탠덤 사이클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윤중헌은 "(박)찬종이 형 소개로 김정빈을 만났다. '정말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남양주소방서 소방관인 그는 시간을 쪼개 훈련을 하고, 공가를 내 국제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한편 이번 대회는 28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일주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30개, 은메달 33개, 동메달 40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4위에 올랐다. 다음 대회는 3년 뒤 일본 아이치현·나고야시에서 열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