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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안낸 연금개혁안…인구수 따라 연금 깎는 자동장치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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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험료율 인상 방안이 없는 연금개혁 방안을 내놨다. 대신 고령화·경제성장률 변화에 맞춰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맹탕 개혁안’”이라고 비판한다. 다만 “자동안정화 장치 공론화는 의미있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보건복지부는 27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5개 분야 15개 과제를 담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심의·의결했다. 31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운영계획은 5년마다 출산율·경제성장률 등을 따져 재정을 재계산해서 제도를 개선하는 절차이다.

복지부는 운영계획에서 보험료율·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의 확정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방향만 담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브리핑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의견이 다양한 만큼 특정안을 제시하기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했다”면서 “국회 연금개혁 특위에서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조개혁 논의되고 있고, 이 결과에 따라 (보험료 인상) 적정 수준이 달라질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장관은 또 “그동안 개혁 과정을 보면 정부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수준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해왔는데,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다만 보험료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절반 수준이어서 점진적 인상이 불가피하며, 세대별로 인상 속도를 다르게 추진하기로 했다. 가령 중년보다 청년이 낮게 올리는 식이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사전 설명회에서 “5% 포인트를 올린다고 했을 때 40~50대는 5년간 1% 포인트씩 올리고 20~30대는 20년이나 15년에 걸쳐 올리는 것”이라며 “도달 연도가 다르니 나이가 많으면 매년 올려야 하는 인상 폭이 크고 젊으면 적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보험료 인상 공론화 과정에서 이런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연합뉴스

복지부는 “명목 소득대체율(올해 42.5%)을 올리면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고 미래 세대의 부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소득대체율 인상 주장에 선을 그었다. 기초연금·퇴직연금 등 다층노후소득보장 틀 속에서 구조개혁 논의와 연계하여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전문가로 구성된 재정계산위원회는 19일 ‘보험료 15%, 연금수급 개시 연령 68세로 상향, 기금운용 수익률 1%p 상향’ 등을 포함한 24가지 시나리오를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는 수급개시연령 상향도 고령자 계속고용 여건이 성숙된 이후 논의하기로 했다. 수익률 부분만 수용하고 두 가지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복지부는 노령연금 감액제도 폐지, 유족연금 지급률 40~60%→50~60%로 인상, 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출산 크레디트 확대(첫째 아이부터 적용), 군 복무 크레디트 확대(6개월→전체 기간) 등을 통해 실질소득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연금 전략적 자산배분 권한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기금운용본부로 이관하고, 해외투자 비중을 60%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내년 총선에서 표 떨어질 것을 걱정했는지 아무것도 안 했다. 보험료 인상 목표를 최소한 12%로 제시했어야 한다”며 “다만 자동안정화장치나 확정기여방식(DC) 전환 검토 방침을 밝힌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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